[한자 이야기]<582>莫聽穿林打葉聲, 何妨吟嘯且徐行

  • 입력 2008년 12월 31일 02시 59분


莫(막)은 여기서는 ∼하지 말라는 뜻으로, 勿(물)처럼 금지를 표시한다. 聽(청)은 듣다의 뜻이다. 따르거나 순종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聽其自然(청기자연)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라는 의미이며 道家(도가)의 중심사상이기도 하다.

穿(천)은 뚫다 또는 여기서처럼 통과하다의 뜻이다. 오늘날엔 옷을 입거나 신을 신는다는 뜻으로 두루 쓰인다. 어금니가 본뜻인 牙(아)와 구멍인 穴(혈)이 합해졌다. 穿鑿(천착)은 뚫는다는 말로 깊이 연구하고 철저히 규명함을 의미한다.

打(타)는 때리다의 뜻이다. 葉(엽)은 잎사귀이다. 中葉(중엽)처럼 時期(시기)의 뜻도 있다. 聲(성)은 소리이다. 耳(이)가 의미요소이다. 윗부분은 고대의 악기인 磬(경)의 본래글자로 발음요소인 동시에 의미와도 관련된다. 聲明(성명)처럼 표시하다의 뜻도 있다.

妨(방)은 방해하다 또는 방해가 되다의 뜻이다. 何妨(하방)은 무방하다 또는 괜찮다는 뜻이며 권유하는 의미도 지닌다. 吟(음)은 읊다 또는 呻吟(신음)처럼 끙끙대다, 嘯(소)는 입을 오므려 소리 내는 것으로 휘파람을 부는 것이나 읊는 것을 포함한다. 且(차)는 두 동작이 동시에 진행됨을 표시하며 ‘∼하면서’에 해당한다. 重且大(중차대)처럼 형용사를 이어주기도 한다. 徐(서)는 천천하다는 뜻이다.

길을 가다 보면 비바람 몰아치는 곳도 있고 환히 갠 곳도 있다. 지내다 보면 눈보라치는 때도 있고 꽃향기 퍼지는 때도 있다. 당당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어려움 속에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멈추어 서 있을 세월도 아니다. 근심 걱정 다 떨치고 콧노래 부르면서 당당히 헤쳐 나아갈 새해를 기대해 본다. 宋(송) 蘇軾(소식)의 ‘定風波(정풍파)’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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