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진화심리학으로 보면 일종의 ‘보험’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아내의 외도를 주제로 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포스터. 진화심리학자들은 외도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온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내의 외도를 주제로 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포스터. 진화심리학자들은 외도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온 메커니즘이라고 주장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며칠 전 신랑에게 물었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처럼 내가 다른 남자랑 또 결혼을 하겠다면 어떻게 할 거야?”

돌아온 대답은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습니다.

영화에서 인아(손예진)는 남편 덕훈(김주혁)에게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단지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것뿐”이라며 천연덕스럽게 ‘말도 안 되는’ 두 집 살림을 합니다.

한 진화심리학자는 이 영화가 인간의 본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내의 외도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남편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진화심리학에서 남자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목적은 자손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많이 퍼뜨리기 위해서입니다. 인아가 딸을 낳자 덕훈이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미국 텍사스대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 교수는 여성의 외도가 질병이나 전쟁 때문에 남편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진화해온 행동이라고 주장합니다. 덕훈에게는 딸의 아빠가 누구냐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인아는 덕훈과 재경(주성욱) 두 남편을 함께 곁에 두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요.

재경은 진화심리학에선 돌연변이 같은 캐릭터입니다. 일부일처제로 사는 새의 둥지에 다른 수컷을 같이 지내게 하면 남편이 먹이를 구하거나 자식을 돌보는 데 소홀해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암컷(아내)이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해서란 겁니다.

하지만 재경은 자신이 인아가 낳은 딸의 생물학적 아빠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헌신적으로 딸을 돌보고 심지어 덕훈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르기까지 합니다.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진화심리학으로 다 설명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떠나 진화론을 심리학에 적용하는 시도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임소형 기자 sohyung@donga.com

※ 14일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 특별전시관에서 내년 5월까지 열리는 ‘다윈전(展)’을 관람하면 진화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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