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4년 美은행강도 넬슨 총격 사망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앳된 얼굴, 163cm의 작은 키, 몸무게 60kg. 그는 ‘베이비 페이스’라 불렸다. 그러나 조지 넬슨은 귀여운 별명에 걸맞지 않은, 냉담한 살인자이자 잔혹한 갱이었다.

1908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넬슨은 거리의 청소년이었다. 14세 때 차량 절도로 붙잡혀 소년원에 들어갔다 가석방됐지만 5개월 만에 비슷한 죄목으로 되돌아갔다. 이후 넬슨은 각종 절도, 주류 밀매에 가담하며 암흑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과 금주법 시행을 틈타 갱이 득세하던 폭력적이고 퇴폐적인 시기였다.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총을 들고 은행을 털거나 무장 강도로 나섰다. 베이비 페이스는 중서부를 휩쓸며 은행을 턴 악명 높은 갱스터 존 딜린저 일당이었다.

서민들이 의적 로빈 후드처럼 여겼던 딜린저와 달리 넬슨은 경찰과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버리는 일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딜린저가 함께 은행 털기를 꺼릴 정도였다.

넬슨과 딜린저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큰 명성을 안겨줬다. 존 에드거 후버 국장은 딜린저와 넬슨,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 등 걸출한 갱들과 한판 승부를 벌이면서 FBI를 널리 알렸다. 후버 국장은 딜린저 일당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고 집중 추적에 나섰다.

1934년 4월 FBI는 넬슨이 은신한 곳을 인지했다. 인질 두 명을 붙잡은 넬슨은 FBI 차량을 탈취해 도주하면서 요원 1명을 살해했다.

같은 해 6월 23일, 검찰은 넬슨을 검거하거나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사람을 위해 상금을 내걸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뒤 넬슨과 딜린저는 인디애나 주의 은행을 털었고 경찰 1명을 죽였다. 이어 무법자 넬슨은 시카고 외곽에서 2명의 경찰에게 총상을 입혔다.

7월 22일 갱스터 두목 딜린저가 밀고로 FBI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뒤 넬슨은 시카고에서 캘리포니아로 거처를 옮겼다. 이때 그는 속도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됐지만 벌금 5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넬슨의 차에는 기관총과 라이플총, 탄약이 실려 있었으나 경찰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11월 27일 FBI 감찰관 새뮤얼 콜리는 훔친 차량을 운전하는 넬슨을 봤다는 제보를 받았다. 도로에서 FBI와 넬슨 일행 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불과 4, 5분 사이에 FBI 요원 두 명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넬슨은 일행의 도움으로 도망쳤으나 이날 오후 8시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 그의 나이 25세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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