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55>不寫情詞不寫詩, 一方素帕寄心知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코멘트
寫(사)는 집을 뜻하는 면(면)이 의미요소이다. 다른 곳에서 집 안으로 옮겨놓는다는 본뜻으로부터 複寫(복사)처럼 베껴 쓰다, 描寫(묘사)처럼 그대로 그려내다, 筆寫(필사)처럼 쓰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詞(사)는 말이나 이야기 또는 글이나 문장을 뜻한다. 시의 한 형식 또는 노래 가사를 가리키기도 한다.

方(방)은 배 두 척의 뱃머리를 묶어 나란히 붙여놓은 것을 본뜬 상형자이다. 나란하다, 대등하다, 비교하다의 뜻이 있다. 여기서처럼 네모의 뜻과 方正(방정)처럼 바르다의 뜻도 있다. 素(소)는 가는 실의 흰색 비단으로 희다는 뜻과 꾸밈이 없이 素朴(소박)하다는 뜻이 있다. 帕(파)는 수건 또는 손수건이다.

寄(기)는 면(면)이 의미요소이다. 寄生(기생)이나 寄港(기항)처럼 의지하거나 기대어 머물다, 寄託(기탁)이나 寄贈(기증)처럼 맡기다 또는 주다, 여기서처럼 편지나 물건 따위를 부치다의 뜻이 있다. 心知(심지)는 知心(지심)과 같으며 애인이나 좋은 친구를 가리킨다.

수줍어서일까 아니면 말로는 부족해서일까, “정다운 글도 시도 쓰지 않고, 네모난 흰 비단 손수건 하나를 임에게 보냈네.” 네모난 것은 바름이요, 흰 비단은 순수한 마음이 아닌가. 또 손수건은 늘 옆에 있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하지만 “임이 받아 이리 저리 살펴보며, 가로 보아도 천이고 세로 보아도 천이라 하니, 이 마음 그 누가 알아줄까.”

아무리 의사 표현이 자유롭고 그 수단이 편리해졌어도 임을 향한 속마음은 여전히 잘 전해지기 어려운 법이다. 과잉 해석도 문제지만, 반대로 글로 쓰지 않았다고 읽어내지 못하면 결국 원망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明(명)의 馮夢龍(풍몽룡)이 모은 민간가요집 ‘山歌(산가)’ 중의 ‘素파(소파)’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