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54>有言逆於汝心, 必求諸道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코멘트
‘說文解字(설문해자)’는 東漢(동한)의 許愼(허신)이 편찬한 중국 최초의 본격적인 사전이다. 근 만 자의 한자를 부수별로 배열해 풀이한 책으로 한자의 본의를 이해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공헌한 거작이다. 이 책에서는 言(언)은 口(구)가 의미요소이며 비유가 없는 직접적인 말이고, 語(어)는 논박하는 말이라고 했다.

다만 이 ‘설문해자’는 그 이전의 글자인 갑골문을 참고하지 못한 한계점을 지닌다. 갑골문에 따르면, 言(언)의 윗부분 두 획은 上(상)의 원형이고 아래는 혀를 가리키는 舌(설)의 변형으로 言(언)은 혀 위에서 나온다. 有(유)는 구절 앞에 올 때는 특정하여 가리키는 것이 없음을 표시하며 ‘어떤’에 해당한다.

逆(역)은 본래 맞이하다의 뜻으로 迎(영)과 통한다. 逆旅(역려)는 여행자를 맞이하는 여관이다. 맞이하는 것은 맞닥뜨리는 것으로 順(순)과 상대적이다. 따라서 逆風(역풍)이나 逆流(역류)처럼 거스르다 또는 거꾸로의 뜻, 나아가 逆謀(역모)처럼 반역의 뜻도 지닌다.

於(어)는 공간적 시간적 위치를 표시한다. 汝(여)는 대등하거나 손아래의 2인칭 즉 ‘너’에 해당한다. 諸(제)는 흔히 諸君(제군)처럼 개별이 모인 복수를 표시한다. 그러나 여기서처럼 之(지)와 於(저)를 합한 것으로도 쓰이는데, 이때는 ‘저’로 읽는다. 之(지)와 乎(호)를 합한 경우에도 ‘저’로 읽는다.

귀에 거슬리는 말에도 忠言(충언)이 아닌 것이 있고, 듣기 좋은 말에도 즐겨 받아들일 것이 있다. 그러니 관건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이치를 잘 따져 판단하는 일이다. 그렇기는 해도 역시 거슬리는 말을 더 적극적으로 잘 들어야 한다. 마음에 안 드는 말은 우선 부정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尙書(상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