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40>不臨深谿, 不知地之厚也

  • 입력 2008년 11월 3일 03시 01분


臨(림)은 사람의 눈이 여러 기물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 변모하였다. 본뜻은 내려다보거나 위에서 아래로 대하는 것이다. 감시하다 또는 통치하다의 뜻, 다다르다 또는 대하거나 당면하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君臨(군림)이나 枉臨(왕림)처럼 상위의 입장에서 하위를 대하거나 높은 데서 아래를 보는 데 쓰며, 그 반대 상황에선 쓰지 않는다.

登臨(등림)은 登山臨水(등산임수)를 줄인 말로 遊覽(유람)을 뜻한다. 臨淵羨魚(임연선어)는 못가에서 물고기를 탐낸다는 말로, 욕심만 있고 그를 위한 실제 행동이 없음을 비유한다. 臨床(임상)은 환자의 진료를 위해 병상에 이른다는 뜻이며, 직접 환자를 상대하며 진행하는 의학의 한 분과이기도 하다. 臨時(임시)는 일정한 시기에 다다른 그 때 또는 잠시나 한때를 뜻한다.

深(심)은 깊다는 뜻으로 淺(천)과 상대적이다. 山深水深客愁深(산심수심객수심)은 산 깊고 물 깊고 나그네 근심도 깊다는 김삿갓의 시구이다. 谿(계)는 溪(계)로도 쓰며, 산간의 작은 시내 또는 산골짜기로 谿谷(계곡)과 같다.

厚(후)는 본래 산의 두꺼움을 뜻한다. 얇음을 뜻하는 薄(박)과 상대적이다. 무겁거나 많다는 뜻도 있다. 本輕利厚(본경이후)는 원금은 적은데 이자가 많음을 뜻한다. 중시하다의 뜻도 있으니, 厚古薄今(후고박금)은 옛날을 중시하고 지금을 경시함을 뜻한다. 寬厚(관후)처럼 각박하지 않다는 뜻도 있다.

깊은 계곡에 가 보지 않으면 땅이 두꺼움을 실감하기 어렵다. 또 높이 올라가 보지 않으면 하늘이 높음을 실감하기 어렵다. 그렇듯이 실제 상황에 깊이 들어가 보지 않으면 구체적 실정을 알 수 없다. 원래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지 않고는 학문의 위대함을 알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荀子(순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