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올림픽4연속 출전 테니스 간판 이형택

  • 입력 2008년 7월 18일 02시 52분


“마지막 올림픽 무대

내인생 다 바칠래요”

올림픽은 참가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32·삼성증권)은 큰 축복이라도 받은 듯하다. 뜻 깊은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하기 때문이다.

“4대 메이저 대회보다 어쩌면 더 의미가 있을지도 몰라요. 4년마다 한 번씩 열리기 때문에.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 전이라니. 상금은 없어도 국가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이 커요.”

그동안 지난달 다친 왼쪽 무릎 치료에만 매달렸던 이형택은 다음 달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이번 주 다시 라켓을 잡았다. 오전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코트에서 공을 치고 오후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당초 미국으로 출국해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에 복귀하려 했으나 올림픽에 전념하려고 국내에 계속 머물기로 했다.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의욕이 많다.

윤용일 대표팀 코치는 “투어 선수 가운데도 올림픽 4연속 출전은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형택이가 10년 넘게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한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신의 세계 랭킹(55위)에 따른 자동 출전권을 얻었기에 남다른 느낌이다. 이형택은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대륙별 안배에 따른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첫 올림픽 무대였던 애틀랜타 대회를 떠올린 이형택은 “건국대에 다닐 때였는데 국제대회 경험도 별로 없고 모든 게 낯설었다. TV로 테니스 스타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며 웃었다.

그런 이형택이 이젠 한국을 뛰어넘어 아시아 최고의 테니스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세계 1위 로저 페데러(스위스),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세계 5위 이내의 선수 전원이 출전해 우승을 다툰다. 이형택은 “최근 약점이던 백핸드까지 보강한 나달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형택은 아테네 대회 때 거둔 2회전 진출 이상의 성적이 목표. 한국 선수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남자 김봉수와 여자 김일순의 16강(3회전) 진출이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 아쉬움도 있다. 한국 선수로는 그가 유일하게 올림픽에 가게 된 것. 한국 선수 1명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한국 테니스가 퇴보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다.

“훈련 여건과 지원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는데도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후배들의 정신력도 문제라고 봐요. 선수와 지도자, 동호인이 하나로 뭉쳐야 합니다.”

테니스 인생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가 될 베이징으로 향하는 이형택. 그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아 보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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