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성재]인생후반전 준비하고 계십니까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평균수명이 70세에도 이르지 못한 시대에는 20∼30년 교육받으며 준비해 30∼40년 일하다 물러나서 조용히 지내는 은퇴생활이 인생 후반기의 보편적 삶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인생 80년 시대에 은퇴는 ‘지금까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기가 원하는 새로운 일을 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은퇴는 자신이 원하는 삶의 시작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래슬릿은 은퇴 후 건강한 삶의 기간을 제3기 인생으로 칭하고 ‘자기 성취의 시기’라고 했다. 이 시기는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한 뒤 심취하고 몰입하는 활동의 삶을 사는 것, 즉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일, 또 그것에 맞으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는 것은 쉽지도 않고, 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일하는 30∼40년(제2기 인생)은 따지고 보면 적성, 재능과 관계없이 불가피하게 택했거나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제2기 인생은 시간과 의무에 얽매인 직업 활동 시기이면서도, 적성과 재능에 맞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도 돼야 한다.

하는 일이 스스로 원하고 적성에 맞는다면 참으로 다행이다. 은퇴 후에도 관련된 일을 하면 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적성과 재능에 맞는 일을 빨리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빨리 찾을수록 인생의 하프타임을 앞당기고 인생 후반기와 은퇴기의 새로운 인생을 더 길게 연장할 수도 있다.

인생 후반기는 노력만 하면 적성과 재능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준비가 간단히,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시간과 경험, 훈련이 필요하다. 돈만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돈으로 경험과 시간을 살 수도 없고 즉시 준비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인생 후반기를 미리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해도 50대 이후 어느 시기에도 그 준비는 결코 늦지 않다. 50대 또는 60대 이후 20∼30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무런 준비 없이 지낸다면 자기가 설계하여 즐기는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윌리엄 새들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생의 정점은 40대에 한 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50대 이후에도 준비하기에 따라 또 하나의 정점에 다다를 수 있다.

50대 이후는 은퇴라는 안전한 비행장에 도착하기 위해 안전띠를 매고 착륙 준비를 하는 시기가 아니라, “안전띠를 다시 매고 인생의 또 하나의 정점인 제2의 성장을 위해 이륙을 준비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는 새들러 교수의 말은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사람이나 인생 후반기에 들어선 사람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국민이 개인적으로 후반기 인생을 준비하도록 하는 데는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후 준비 프로그램과 노후 적응 및 자기개발을 위한 제3기 인생대학(University of the Third Age) 프로그램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노후준비 인생대학 제도화해야

태어나서 20∼30년간(제1기 인생) 배운 공식적 교육은 50세까지의 직업 활동기(제2기 인생)를 사는 데 필요한 것이었을 뿐 제3기 인생을 준비하고 적응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50대 초반부터 은퇴가 시작되는 현실을 생각해 후반기 인생(제3기 인생)의 준비, 은퇴생활의 적응과 자기개발을 위해 50대 이후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형 제3기 인생대학을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3기 인생대학은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예방책이자 해결책일 것이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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