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토론해 봅시다]환경 보전이냐, 개발이냐?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코멘트
환경파괴는 인류존속 위협 vs 과학기술로 문제해결 가능

○ 배경

지난해 12월 6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뒤 한 달여가 지나는 동안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던 백사장은 조금씩 모래 빛을 되찾아가고 있다. 연일 몰려든 자원봉사자 수천 명의 손길 덕분이다. 그러나 그 많은 원유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을 오염을 만들어 낼 것을 생각하면 오염의 심각성을 예측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오염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갯벌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와 연안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계와 그 일대에서 삶을 꾸려온 주민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까. 오염 참사와 복구 과정은 우리에게 삶의 터전으로서의 환경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오염 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자연과 환경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일이다.

자연을 보전하는 것과 개발하는 것, 어떤 것이 우선시되어야 할까. 새만금 간척 사업과 얼마 전에 개통된 사패산 터널은 물론, 앞으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등을 보면서 환경보전과 개발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주제들이 생겨난다.

▶찬성 논거: 환경 보전론

환경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저 바깥의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의 집 자체이다. 환경은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태도도 잘못되었지만, 인간의 생존 도구로 전락된 환경은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이 환경을 개발하는 이유는 개발이 보전보다 더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일단 새만금 간척 사업을 통해 국토 확장과 농경지 확보라는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새만금 갯벌에서 이뤄지는 조개 채취사업은 더 이뤄지지 못할 것이고 다른 수산생물들의 산란장과 성육장으로서의 기능도 잃게 될 것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환경 파괴가 계속 용인되는 것은 곤란하다.

▶반대 논거: 환경 개발론

현대에는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어디까지 진보할 것인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인간 삶의 편리를 위한 무한 생산과 경쟁 때문에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런 문제들까지도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인류 역사는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이었고, 인간의 이성적 능력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

환경 문제의 발생은 선진국보다 개도국에서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난이 무차별적인 환경 파괴의 원인이 되고, 그 사례가 아프리카의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무차별적 벌목과 파괴의 현장은 제대로 성장하고 관리되지 못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재앙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세계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노력 등이 실행에 옮겨지고 있으므로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핵심 찌르기

‘공유자원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고전적인 우화로 환경 문제를 설명해 볼 수 있다. 공유자원은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과다하게 사용되어 결국 고갈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사람들은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재산은 잘 간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공유하는 물건보다 자기만의 물건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 환경이 여전히 공유지로 남아 있게 된다면 그 어떠한 캠페인이나 제도에도 불구하고 황폐화될 수 있다.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개발과 보전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기심에 근거한 보전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환경이 산업이 되고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가능하다.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1980년대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일절 금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철길의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 잔디 시공을 했고, 상품 수송 목적 외에는 도시 내에 자동차가 진입하는 것마저 금지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친환경 도시의 차원을 넘어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환경은 단순히 ‘개발을 통한 부의 창출’이란 관점을 뛰어 넘어, 그 자체가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1997년부터 시작된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가 있다. 영국 동남단 서머싯 지방에서 폐광 지역을 활용한 프로젝트다. 세계 각지의 식물 종자를 공수해와 ‘밀레니엄 씨앗은행’을 시작하였다. 산업화의 씨앗인 동시에 오염의 근원지였던 폐광을 지구 생태계의 원형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의 발원지로 재탄생시킨 철학적 성찰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 논술 쓰기

논술 쓰기는 창조적인 행위지만, 어디까지나 제시문과 논제의 제한점을 명심하고 써야 한다.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제시문과 관련 없는 생뚱맞은 내용을 쓰거나 특정 관점에 한정되어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 ‘환경은 보전되어야 할 절대선’이라는 관점도 곤란하고, 막연하게 절충한 나머지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상투적인 논리로 마무리 되어서도 곤란하다. 정치적 국제적 경제적 이해와 관련하여 다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욕망을 전제로 한 ‘공유자원의 비극’이란 관점, ‘환경이 산업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식의 논의는 새롭게 다가갈 수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환경 파괴 양상과 성격이 다름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결책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구체적인 환경문제를 사례로 들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펴보는 것도 논술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 관련 문제

근대화 과정의 라다크 사람들의 삶의 변화와 관련하여 환경 파괴에 관한 제시문의 관점을 평가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라다크의 바람직한 미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하시오.

[서강대 2007학년도 수시2-1]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