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제목은 카메라를 노출한 시간을 뜻한다. 올 3월 19일부터 27일까지 9일 동안 꽃병 앞에 카메라를 세워 놓고 그 9일 동안 꽃의 변화 과정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다는 말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이 시들고 떨어지는 과정, 꽃병의 물이 줄어드는 과정이 놀랍게도 한 장의 사진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꽃 주변의 흐릿한 부분, 꽃병 속에 수면을 나타내는 여러 개의 선이 9일간의 흔적이다.
한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사진이다. 그런 점에서 9일 동안의 흔적을 한 장에 포착했다는 것은 색다른 작업이다. 물론 9일 동안 카메라를 노출시키는 것은 결코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사진 전공자들이 종종 해 보는 훈련 과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내놓았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꽃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는 것처럼.
웨슬리는 2001년 7월 8일부터 2004년 7월 6일까지 3년 동안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재개관 공사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 3년의 공사 과정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냈던 작가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열정과 끈기가 놀랍다.
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 컬럼스 갤러리에서 마이클 웨슬리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02-3442-6301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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