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은 한국 인문학계의 황우석”

  • 입력 2007년 8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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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교수
도올 김용옥 교수
《서울대 수학과를 나온 개인 연구자가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의 저서 50여 권을 독파한 뒤 “도올은 한국 인문학계의 황우석”이라고 정면 비판하는 책을 냈다. 최근 ‘도올 김용옥 비판’(옛오늘)을 펴낸 김상태(43·사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 씨는 도올의 저술이 학문적 전문성과 엄밀성을 갖추지 않은 에세이 수준인데도 대단한 석학으로 대접받는 게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사례를 닮았다고 비판했다.

그의 비판은 도올이 수많은 저서에서 제대로 된 고전번역서를 펴내라고 한국학계를 향해 사자후를 토했으나 정작 자신이 제시한 기준에 걸맞은 번역서를 하나도 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

도올은 미국 하버드대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1982년 처음 발표한 ‘우리는 동양학을 어떻게 할 것인가’란 글에서 엄격한 직역, 일상어화한 의역, 상세한 주석, 개인적 해설 등 네 가지를 갖춰야 참된 번역이라 주장한 뒤 기존 학자들의 고전 번역을 질타해 왔다. 그런데 김 씨는 정작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도올의 번역서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김 씨에 따르면 ‘노자-길과 얻음’(1998년)은 ‘도덕경’의 원문과 해석 외에 한 줄의 주해도 없다. ‘노자와 21세기’(1999년)는 ‘도덕경’ 전체 81장 중 37장, ‘도올논어’(2000년)는 논어 전체 20장 중 5장까지 번역했을 뿐이며 주해도 빠져 있다. ‘도올 선생의 중용 강의’(1995년)는 중용 33장 중 14장에 멈췄고, 그나마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무엇보다 도올이 직접 번역하겠다고 했던 ‘동경대전’은 서론에 해당하는 글만 발표한 상태고 ‘격치고’와 ‘황제내경’은 10년 넘도록 무소식이라는 것. 김 씨는 이를 놓고 “도올에겐 서론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이처럼 객관적인 성과가 없는데도 도올이 대단한 고전번역자로 행세하는 것은 결국 줄기세포가 하나도 없음이 밝혀지자 줄기세포 원천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했던 황 전 교수의 복제판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특히 도올이 수많은 책에서 독창적 사상이라고 자랑해 온 기(氣)철학의 실체는 ‘백두산 신곡, 기철학의 구조’(1990년)에서 17쪽 분량으로 언급한 게 전부인데도 그동안 여러 책에서 자신의 기철학을 “나중에 소개하겠다”거나 “여기선 생략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독창적 철학’으로 자가발전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도올은 이처럼 자신이 짧게 발표한 글을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갑자기 세계적 이론이나 논문으로 둔갑시켰으며, 민주화운동 시기의 행적도 이와 유사하다고 김 씨는 지적한다.

한 예로 1986년 교수직을 사임하며 도올이 발표한 ‘양심선언’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한 고려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불참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민주화투쟁의 하나로 바뀌었다는 것. 1990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보편사적 후천개벽운세의 개합을 결단할 수 있는 실존적 행운을 소유한 유일한 세계사적 개인”이라고 극찬하는 글을 썼다가 나중에 ‘도올 세설’이라는 책에선 “현직 대통령을 ‘살인자’로 규정한 글”로 둔갑시킨 것도 그런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씨의 도올 비판은 학문 영역에만 멈추지 않는다. 그는 도올의 저서 내용을 토대로 도올이 1986년 ‘양심선언’에서 옹호했던 고려대 비(非)서명파 교수를 향해 3년 뒤 갑자기 비난하기 시작한 이유는 자신의 고려대 복직 좌절에 대한 앙갚음이었다고 주장한다. 한편 본보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도올의 집필 공간이 마련된 통나무출판사 관계자는 “도올 선생은 자신에 대한 비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필요하면 직접 글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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