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88>七年之病, 求三年之艾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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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아름답고 또한 가장 중요한 행위인 것 같다. 준비한 사람에게 기회가 오면 그것은 자기의 것이지만,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기회가 와도 그것이 자기의 것이 아니다.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할 일은 미래에 대한 준비이다. 준비해도 소용없는 일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불행한 일이 아니다.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일부이므로 그만큼 인생을 성실하게 산 셈이다. 준비하는 자세는 항상 아름다워 보인다.

‘七年之病(칠년지병), 求三年之艾(구삼년지애)’라는 말이 있다. 七年之病은 7년 동안의 병이다. 求는 구하다, 찾다라는 뜻이다. 追求(추구)는 따라다니며 찾는다는 뜻이며, 懇求(간구)는 간절하게 찾는다는 뜻이다. 追는 따라가다는 뜻이고, 懇은 간절하다는 뜻이다. 艾는 쑥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쑥을 잘 말려두었다가 약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三年之艾는 3년의 쑥, 다시 말하면 3년 동안 말린 쑥이라는 말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七年之病, 求三年之艾는 7년 동안 병을 앓으면서도, 3년 말린 쑥을 구하러 다닌다는 말이 된다. 이 말을 다시 살펴보자. 병을 7년이나 앓으면서도 3년 말린 쑥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가? 그래서 준비는 언제나 가치를 갖는다.

지금 시간 있는 사람이 할 일은 미래의 자신에게 필요한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미래는 밝다. 준비하는 행위는 비록 지루하지만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하며 고귀한 투자이다. 10년 후에는 영어가 필요한 사람이 지금부터 10년 후에도 영어를 못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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