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15>남자의 후반생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코멘트
《사마광은 그 개혁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왜 반대했을까? 단순히 당리당략만은 아니었다. 그런 개혁 자체가 그의 정치적 신념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사마광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집 안에 있는 것과 같다, 기둥이 썩으면 즉시 수리하면 되지 집을 모두 부수고 다시 지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부서지면 고치면 될 일이므로 다시 지을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말인데, 이것 또한 지당한 말이다. ―본문 중에서》

“어깨 펴,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야”

40대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그것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훤해지는 정수리 때문만도 아니고, 소위 ‘사오정 오륙도’라고 불리는 직장에서의 위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들이 맞는 위기의 본질은 ‘이 나라의 40대라는 것’, 바로 그 자체이다.

이렇게 한 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세대가 동시에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이 나라의 40, 50대는 소위 베이비 부머 세대에 속한다. 베이비 부머는 갓 보릿고개를 넘기고 먹을거리 걱정을 벗어던진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출산 붐의 결과로 등장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세대의 목을 옥죄는 족쇄로 작용했다.

이 세대들은 늘어난 학생을 감당하지 못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70명이 넘는 콩나물시루에서 교육받았고, 정원 외 30%의 추가 입학이라는 졸업정원제까지 만들어 가면서 겨우 대학문을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이 사회인이 되고 취업을 시작할 즈음에는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다행히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들이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긴 했으나 외환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이들에게는 다시 재앙적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빠른 속도로 도태되었고, 이것은 곧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얼마 전까지 넥타이를 매고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통닭집으로 중국집으로 몰리고, 결국에는 자영업까지도 잉여 인력이 넘쳐난다. 이제 이들이 노년기에 진입하면 죽어서 묻힐 묏자리까지 정원제를 실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이 나라의 40대는 그 자체로서 불운한 사람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방이 꽉 막혀 있다. 많은 이가 실의에 빠져 버렸고, 현재보다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들이 점점 투기판으로 내몰리고 재테크 열풍이 광풍처럼 몰아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그러나 돌아보면 이런 불운은 꼭 우리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년에 3000번의 전쟁이 일어났다는 춘추전국시대의 중국에서는 지금보다 더 꽉 막힌 지독한 환경에서도 부도옹처럼 일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 사람, 세상이 자신을 버려도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일어선 사람, 세상이 모두 이익을 탐해도 홀연히 그 세상을 버리고 떠난 사람까지,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 내고 뜻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자의 후반생’이란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순의 나이에 뜻을 이룬 중이와 위징, 불혹의 나이임에도 변신에 성공한 범려와 진평, 거세의 치욕을 딛고 ‘사기(史記)’를 남긴 사마천, 중년에 이르러 생의 모든 것을 걸고 결국 뜻을 이룬 여불위와 법정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책 ‘남자의 후반생’은 우리보다 더 갈 길이 막혔던 사람들, 훨씬 희망이 없던 시대에 살았던 이들의 입을 빌려 이 땅의 ‘사오정 오륙도’들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어이∼ 어깨를 펴라고! 이제 겨우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야!”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장·‘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의 저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