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위한 책 20선]<17>역사에서 발견한 CEO 언어의 힘

  • 입력 2006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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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인도의 독립을 성취시킨 간디는 정치적 독립 못지않게 경제적 독립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에게 섬유 생산의 자급자족을 강조했다. 당시 인도는 대부분 영국에서 들여오는 면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간디는 이러한 경제적 종속이 계속되는 한 진정한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어느 날 간디가 면섬유의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강연을 하고 있었는데,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답답한 소리 그만 집어치우고, 차라리 스스로 목이나 매시오!” 그러자 간디는 화내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것도 괜찮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우선 목을 매는 데 필요한 끈을 생산한 다음에나 할 일이지요.”―본문 중에서》

역사를 움직였던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그들의 ‘언어 사용 능력’을 꼽는다. 그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담론 창출의 능력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배워서 리더십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어로 생각한다.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만들고 다른 사람과는 언어로 생각을 교환한다. 많은 철학자의 논증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생각이 언어로 이루어지고 전달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또한 사회 권력이나 어떤 집단의 권력 역시 언어에 의해 창출되고 언어에 의해 유지되는 것도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리더의 언어 사용 능력은 리더십의 근원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 리더십의 모습도 변하고 리더가 사용하는 언어도 변해야 한다. 과거 사회가 지시와 명령, 그리고 복종의 수직적 관계의 문화였다면 그런 관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언어를 리더는 사용했을 것이다. 반면 수평적인 문화의 현 사회에서 리더가 사용하는 언어는 일방적이며 독단적으로 실행에 초점을 맞춘 언어가 아니라, 합리적이면서도 화합적으로 대화와 담론을 이끌어내는 언어가 적당하다. 그렇게 언어는 시대에 따라 바뀌고, 시대는 언어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전반부는 언어의 힘과 실체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소개하고 있다. 철학적인 개념이나 이론을 일반인을 위해 서술한 것으로 약간 난해하기는 하지만, 관심을 갖고 보면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실제로 자신의 어려웠던 상황이나 어떤 결단의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위기를 극복했던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다. 역사 속 리더들의 이야기들이 유머 모음집처럼 재미있게 엮어져 있다.

발췌문에서 소개한 간디의 일화처럼 상황에 맞는 언어 사용 능력은 정말 중요하다. 여유 있는 말 한마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수의학과를 갓 졸업한 젊은이가 정치 초년생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 과목을 많이 수강하면서 정치 이론을 익혔다. 그런데 상대는 쟁쟁한 다선 의원이었다. 합동 선거 유세장에서 현역의원이 젊은 후보를 제압하기 위해 이렇게 물었다.

“당신 수의학과 출신이라면서요?”

짐승들의 병이나 고치지 무슨 정치냐는 투의 비아냥거림이었지만 젊은 후보는 당황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요? 어디 편찮으십니까?”

청중은 폭소를 터뜨리며 환호했고, 이 한마디는 젊은 후보에게 선거의 승리를 안겨 주었다고 한다.

박종하 창의력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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