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성철]‘적대적 M&A’ 순기능도 있다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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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이 한국 기업인 KT&G를 공략하자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대적 M&A는 과연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여러 가지 측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왜 그런가. 그것이 ‘미꾸라지 사이의 메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잡아먹으려는 메기 때문에 미꾸라지들이 부지런히 움직여 건강한 미꾸라지가 된다는 것이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공략가(raider)’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공략가는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략하지 않는다. 먹어 봐야 키울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적대적 M&A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잠재력에 비해 주가가 싼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인수해 경영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만들면 주가는 올라가고 이 기업을 산 공략가는 비교적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가 있다.

미국은 1970년대 경영자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수세에 몰렸다. 그런데도 무능한 경영자를 쫓아낼 방법이 별로 없었다. 이때 나타난 존재가 바로 적대적 M&A를 시도한 공략가들이었다. 이들 공략가가 몇 개의 실적 나쁜 기업을 먹어 삼키자 미국의 모든 경영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됐다. 경영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면서 미국 기업 전체의 효율성이 올라가게 된 사례가 있다.

적대적 M&A는 대상이 되는 기업 편에서는 두렵고 화나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놓고 보면 경영자들로 하여금 나태하고 방만해지지 않게 하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이다.

한 기업에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있다. 기업은 이들 중 누구의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주주의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 가장 큰 이유로 주주는 자신의 금쪽같은 돈을 내어 기업을 세우면서 큰 위험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만약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으면 아무도 기업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기업이 서지 않으니 나라의 떡이 크지 않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결국 가난한 나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주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은 궁극적으로 나라에 이익이 된다.

대기업을 경영하는 대주주는 대부분 기껏해야 10% 정도의 지분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대주주가, 혹은 그가 선임하는 경영자가 경영을 부실하게 했다고 하자. 그래서 주가가 내려가면 그것은 나머지 90%의 주주들에게 큰 손해를 주는 일이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공략가는 소액주주들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 주기도 하고 무능한 경영인을 쫓아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적대적 M&A의 가능성 그 자체가 경영자와 대주주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들고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M&A에는 다양한 측면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적대적 M&A에 대한 규제는 결국 경영권을 쥐고 있는 대주주의 편을 드느냐, 아니면 숫자는 훨씬 많지만 힘없는 소액주주의 편을 들어 주느냐 하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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