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77>音(소리 음)

  • 입력 2005년 11월 21일 03시 03분


코멘트
音은 원래 言(말씀 언)과 자원이 같았지만, 금문에 들면서 추상부호인 가로획이 더해져 言과 구분되었다. 言은 대로 만든 피리를 부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음악이나 소리를 나타내는 音과 인간의 의사소통의 주 도구라 할 수 있는 言이 같은 데서 출발했고, 갑골문에서는 이들이 구분조차 없이 사용되었던 것일까? 아마도 音은 개인 차원의 의사소통의 필요성보다는 공동체의 위기를 알리거나 마을의 중요한 회의를 소집하기 위한 도구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音은 악기를 이용하여 인간이 멀리 전달할 수 있는 ‘소리’가 원래 뜻이며, 이후 音樂(음악)은 물론 모든 ‘소리’를 지칭하게 되었다.

예컨대, 意(뜻 의)는 마음(心·심)의 소리(音)라는 뜻이고, X(韻·운 운)은 운율이 맞도록 音을 고르게 배치하다(勻·균)는 뜻이었는데, 소리부가 員(수효 원)으로 바뀌었다. 또 竟(다할 경)은 사람(인·인)이 악기(音)를 부는 모습으로부터 연주가 ‘끝나다’는 의미를 그렸고, 여기에서 ‘모두’와 ‘끝’이라는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境(지경 경)은 끝나는(竟) 곳(土·토)을, 鏡(거울 경)은 모든 것을 남김없이(竟) 보여 주는 청동(金·금) ‘거울’을 말한다.

또 章(글 장)은 원래 문신 칼(辛·신)로 문양을 새겨 넣은 모습이었으나, 이후 音과 숫자의 끝을 상징하는 十(열 십)이 결합된 구조로 바뀌어 음악(音)이 끝나는(十) 단위 즉 樂章이라는 뜻이 생겼고, 나아가 어떤 사물의 단락이나 章節(장절)까지 말하게 되었다.

나아가 음악은 제사나 연회에서 주로 사용되었기에 연회와 관련된 음악을 지칭한다. 예컨대, 韶(풍류 이름 소)의 召(부를 소)는 손님 접대를 위해 숟가락(匕·비)으로 그릇의 술을 푸는 모습을, 響(울림 향)의 鄕(시골 향)은 원래 식기를 중간으로 손님과 주인이 마주 앉은 모습을 그렸다. 歆(받을 흠)도 제사에서 사용되는 음악(音)을 입을 벌리고(欠·흠) 마음껏 받아들이는 신의 모습을 형상화해 ‘歆饗(받아들이다)’의 뜻을 그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