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뷰티]2005년 패션코드는 ‘논 에이지’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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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유명 디자이너들의 고급 부티크와 서울 중구 명동 일대의 양장점이 패션의 중심을 이뤘죠. 명동에서 옷을 맞춰 입어야 남들이 알아줄 정도였어요.”

LG패션 여성복 사업부 김영순 상무는 “그때는 여성복 브랜드가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양장점’에 의존하던 패션은 1980년대에 ‘브랜드’가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비로소 ‘산업’의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의류브랜드가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무대 뒤로 사라지는 부침을 거듭한다.

2000년대, 국내 패션산업도 ‘명품 브랜드’를 꿈꾸게 된다. 가격, 연령,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브랜드, 세계 어디를 가든 알아주는 그런 브랜드. 국내 여성복 업체들이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장을 냈다.

○ 패션 1980년대…브랜드가 생겨나다

‘난 논노 옷을 입는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패션 전문기업들이 ‘브랜드’를 들고 나타났다. 반도패션(현 LG패션)이 1974년 처음으로 여성복을 내놓은 데 이어 1977년 코오롱, 한일합섬, 삼성물산 등이 의류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의 선두주자는 논노패션과 반도패션, 나산 등. LG패션 서영주 과장은 “논노, 반도패션 옷은 ‘오피스 레이디’의 상징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어깨선을 강조하기 위해 어깨에 패드를 넣은 정장 스타일이 유행했다. 패션컨설팅업체 아이에프네트워크 문소원 연구원은 “이때부터 패션을 통해 자신을 표출하려는 여성들이 대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논노의 ‘샤트렝’을 시작으로 ‘마인’, ‘타임’, ‘데코’ 등 본격적인 여성 정장 브랜드 시대가 열리게 된 것.


○ 패션 1990년대…‘캐릭터 캐주얼’ 시대

‘프로는 아름답다’ 1990년대 인기스타 채시라가 진한 화장에 화려한 정장을 입고 당당히 말하던 모습을 기억하는지?

신원의 여성복 브랜드 ‘베스띠벨리’의 광고 문구다. 신원은 ‘베스띠벨리’와 ‘씨’를 내놓으면서 여성 정장 시장에 뛰어들었다. 채시라, 심은하, 이영애 등 당대의 인기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논노의 ‘샤트렝’은 캐릭터 캐주얼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브랜드입니다. 이 곳 출신 디자이너들이 ‘오브제’, ‘미샤’ 등을 만들었죠.”

롯데백화점에서 15년 이상 여성복을 담당해 온 송영탁 지방매입팀장의 말이다. ‘캐릭터 캐주얼’은 성격이 뚜렷한 의류 브랜드를 지칭하는 표현. 수많은 브랜드가 부침하는 가운데 뚜렷한 캐릭터의 브랜드가 1990년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송 팀장은 “1990년대는 ‘교복 자율화’ 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나오던 시절”이라며 “이들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패션에도 ‘감성’이 이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주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아방가르드로 유명한 ‘오브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 명품 브랜드를 꿈꾸며…

2000년대 초 패션계의 코드는 ‘논 에이지(non age·나이에 구애 받지 않는 소비)’와 ‘단품 코디(개성에 맞춰 다양한 옷을 코디해 입는 것)’.

롯데백화점 송 팀장은 “세대를 뛰어넘어 소비자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명품 브랜드의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성복 위주의 사업을 펼치던 대기업들이 여성복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김 상무는 “한국인은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옷을 잘 입는다”며 “고부가가치 패션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 준다면 머지않아 한국에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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