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장 푸른 눈'…열한살 흑인 소녀의 '개같은 인생'

  • 입력 2003년 8월 1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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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푸른 눈/토니 모리슨 지음 신진범 옮김/256쪽 1만원 들녘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토니 모리슨(72)이 1970년에 발표한 첫 작품. ‘미쳐 버리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던’ 11세의 흑인 소녀 피콜라 브리드러브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미국에서 2000년 재출간하면서 저자의 후기를 더해 화제가 됐다. 그는 “처음 출판 과정에서 피콜라의 삶처럼, 쫓겨나고 무시당하고 오해를 받았다. 피콜라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까지 무려 25년이나 걸렸다”고 털어 놓았다.

1941년 미국 오하이오주 로레인을 배경으로 사계절이 흐른다. 피콜라는 당시의 문화 아이콘이었던 배우 ‘셜리 템플’과 같이 파란 눈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 파란 눈이 자신과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리라고 믿으며 매일 밤 기도를 올린다.

영화배우의 외모를 흉내내는 피콜라의 어머니는 백인가정의 가정부로서만 행복을 느낀다. 아버지는 부모에게 버림받고 흑인소녀와 성관계를 가지다 백인에게 들켜 모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을 겁탈하고 피콜라는 아기를 갖게 되는데….

어느 한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미의 기준과 피부색으로 인해 대물림되는 비극 속에 지배문화의 횡포를 거스를 수 있는, ‘온전한 생존’의 방법이 깃들어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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