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007機사건 희생 오정주 교수 20주기 제자들 추모음악회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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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정주 교수
고 오정주 교수
“겉으로는 매우 엄격하셔서 전화할 때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게 될 정도였어요. 그러나 속으로는 따뜻하고 깊은 정이 느껴지는 스승이셨죠. 사건 며칠 전, 보스턴에 오셨기에 너무 반갑게 뵈었는데, 마지막이 될 줄이야….” (피아니스트 이혜전·숙명여대 교수)

1983년 대한항공 007기 격추사고로 희생된 피아니스트 고 오정주 교수의 20주기를 맞아 제자와 동료음악가들의 추모음악회가 열린다. 다음달 5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정주 교수는 이화여대와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 하버드대 유학중인 자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귀국길에 변을 당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제자들의 모임은 그 뒤 20년째 한 달도 거르지 않고 계속됐다.


최근 ‘프로들이 뽑은 우리 분야 최고’ 설문에서 국내 최고 연주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해외에서 전문 연주가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지만, 은사의 갑작스러운 부음을 접하고 그분에게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주어야 하겠다는 결심이 들어 귀국하게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음악회는 제자인 피아니스트 엄의경이 바이올리니스트 김경민, 첼리스트 백희진과 라흐마니노프의 3중주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를 연주하며 막을 올린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스승 차이코프스키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쓴 작품. 이어 소프라노 김인혜가 고인의 제자 나해진의 반주로 베르디 ‘운명의 힘’ 중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를, 제자 이혜전과 그의 부군인 피아니스트 강충모가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을 연주하는 순서 등이 마련된다. 동료교수였던 클라리네티스트 오광호,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피아니스트 신수정 등도 연주로 고인의 넋을 위로한다. 제자인 피아니스트 김명서 박현선 현재희 김은희 전미영 이경순 박인미 이혜은이 구노 ‘파우스트’ 중 왈츠를 네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추모음악회는 막을 내린다.

이번 연주는 자선의료기관인 요셉의원 후원의 밤도 겸해 의미를 더한다. 영세민 환자와 무의탁 행려환자 등을 치료하는 요셉의원은 고인이 생전에 관심을 갖고 후원했던 병원. 제자들은 이번 음악회의 수익금을 전액 이 병원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1만∼2만원. 02-2265-9235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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