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교포 울리는 ‘음란메일’

  • 입력 2003년 2월 16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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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밀려드는 음란 스팸메일 때문에 최근 외국에서 한국과 한국인을 보는 시선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발(發) 음란메일, 국제망신'사가 나가자 재외 교민들이 ‘현지 상황’의 심각성을 전하는 e메일을 많이 보내왔다.

음란메일 때문에 직장을 그만둬야 했던 사연도 있었다. 이 교포 독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서양인 직장 동료들에게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발 음란메일이 계속 배달되면서 사무실내에서 한국인을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 “공짜로 섹스를 하고 싶으면 비행기표만 사들고 한국에 가면 된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도 귀에 들렸다.

결국 한국을 심하게 비하하던 한 외국인 동료와 시비 끝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에 입건되는 바람에 20년 넘게 일하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

재미교포라고 밝힌 또 다른 독자는 “자신을 포함해 사무실 동료들에게 오는 한국 스팸메일이 평균 20여건이 되는데 이 가운데 60% 이상이 음란메일”이라고 전하면서 “한국에서는 이런 e메일을 보내도 법적인 제재를 받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 교포는 “삼강오륜으로 무장됐던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국내에서 초중고생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송되는 음란성 스팸메일 때문에 학부모들을 당황하게 하던 묵은 골칫거리가 이제 국경 밖에서 말썽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넘어 정보가 오가는 인터넷 시대에 음란메일 문제를 더 이상 ‘국내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해외 교포들의 공통된 호소였다. 모든 브랜드가 그렇듯이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도 한번 추락하기 시작하면 원상회복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관련 부처와 업계, 사법당국 모두가 ‘국가 브랜드 훼손사범’ 색출에 나설 때이다. 그리고 오늘도 음침한 어느 곳에선가 쭈그리고 앉아 음란메일을 보내고 있는 ‘그들’도 이제는 자숙할 때가 됐다.

공종식 경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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