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태양인 이제마' 사상의학 왜곡 논란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57분


《KBS2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수목 밤9·50)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방영된 지 3주만에 시청률이 30%에 다가서고 있다. 사상의학을 완성한 이제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이 비등함에 따라 이제마와 사상의학에 대한 사실과 드라마가 다른 부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고창남 경희대 한의과대 교수(강남 한방병원 성인병센터)의 지적과 KBS 이녹영 책임프로듀서의 반론을 전한다.》

▼고창남 경희대 한의과 교수▼

동무 이제마(東武 李濟馬)의 사상의학은 철학과 의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학이다.

‘사상구조론’을 바탕으로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등 네 가지 체질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생리 병리 진단 치료와 약물까지 서로 연계해 임상에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사상의학은 체질과 성격에 맞는 음식과 약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최근 동양의학에 관심을 갖는 서양 의학계에서도 매우 새로운 이론 체계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

KBS2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특성상 흥미를 위해 의학 지식을 불분명하거나 잘못되게 전달할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들면, 최근 방영분에서 걸립패에게 봇짐과 칼을 뺏기고 쓰러진 제마(최수종)를 발견한 운영(유호정)이 제마의 복부(중완)에 침을 놓는데 이는 한의학자가 보기에 다소 위험한 처치였다.

옛부터 한의학에서 침을 놓으면 안되는 환자의 상태가 몇 가지 있다. △몸의 원기가 매우 허약할 때 △식사 직후 △지나친 공복상태 △과음주상태 △긴장이나 스트레스 상태 등으로 몸에 무리가 왔을 때가 그것이다. 이런 경우 먼저 손과 발가락에 피를 내 의식을 회복시킨 뒤 복부에 뜸을 떠 기의 순환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제마가 매우 지치고 피곤한 상태로 그려졌는데도 침을 놓는 처치를 했다.

드라마가 등장 인물의 성격을 체질에 따라 칼로 무 베듯 나누는 경향도 잘못이다. 최수종을 태양인으로 설정해 지나치게 고집이 센 외골수로 그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태양인도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체질적 측면도 고루 갖고 있으나 다만 다른 체질보다 태양인의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날 뿐이다.

이렇게 본다면 사람들은 체질에 관계없이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게 좋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특정 체질에 어울리는 음식만 권하고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먹지 말라고 하는 식으로 그리고 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 사이에 새로운 편식 현상이 일어날까 우려된다.

물론 드라마 촬영 현장의 여건이나 극적 전개를 위해 한의학적 사실을 조목조목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고 시청자들도 ‘의학 정보’ 보다 ‘재미’를 우선시할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의학 상식이 드라마적 흥미에 매몰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예상밖의 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태양인 이제마’의 인기만큼 시청자들의 건강도 좋아지기 바란다.

▼이녹영 책임 PD▼

‘태양인 이제마’는 시청자들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그보다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제마와 그의 사상의학을 세상에 드러내는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운영이 의식을 잃은 환자 제마의 중완에 침을 놓은 부분이 위험한 처치라는 지적에 대한 제작진의 의견은 이렇다.

운영은 호기심이 많아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소양인으로 설정돼 있다. 이 때문에 중한 환자를 만나자 주위의 만류(섭이네 대사 “함부로 침을 놓으면 동티난다”)에도 침을 놓은 것이다.

이는 드라마 속에서 남녀 주인공의 인상적인 만남을 위한 설정으로 이해됐으면 한다. 고 교수의 지적대로 탈기한 환자에게 함부로 침을 놓는 것은 잘못이며, 이는 극중에서도 설명되고 있다. 침을 맞고 혼절한 제마를 운영이 업고 급히 수산원으로 왔을 때 명의 구자인은 “탈기한 환자에게 함부로 침을 놓아 큰 일을 치를 뻔했다”고 꾸짖는다.

드라마에서는 시간과 상황의 비약이 필요하다. 드라마에서 자인이 마당에 있는 제마의 상태를 관찰한 뒤 방으로 옮기는 시간은 짧게 나오나 실제로는 그 사이 시간이 많이 흘러 제마가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한 것으로 설정했다.

등장 인물의 성격은 체질도 고려하지만 극중 개성을 중시해 그리고 있다.

극 중반에 환자들이 등장할 때는 실제 그런 체질을 가진 환자들을 출연시켜 네가지 체질을 보여줄 계획이다. 아직은 초반이어서 사상의학의 전형적인 인물은 그려지지 않고 있다.

체질과 음식의 연관성도 극 중반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언급할 것이다. 이제마의 참뜻은 하소연할 곳 없는 서민들이 집에서 음식을 이용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체질에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이 있으므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그 구분법을 담을 것이다.

본 드라마의 특성상 한의학계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작진은 극적 재미를 앞세운 나머지 정보를 희생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런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매회 사상의학관련 전문가와 고증위원들이 자문회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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