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최악의 환경재해…루마니아 맹독성폐수 유출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루마니아 북부의 금광에서 흘러나온 시안화물 폐수 수천t이 헝가리와 유고의 강들을 오염시켜 유럽이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방사능 누출사고 이후 최악의 환경위기를 맞고 있다고 외신들이 12일 전했다.

맹독성 시안화물이 섞인 폐수는 지난달 30일 루마니아 북부 오라데아의 금광에서 유출돼 헝가리 국경지역의 서모스강과 티샤강으로 흘러들어간 뒤 남동유럽의 젖줄인 다뉴브강을 따라 시간당 4㎞의 속도로 하류로 확산되고 있다.

헝가리 관리들은 티샤강의 시안화물 오염으로 수백t의 물고기가 폐사하고 80% 이상의 수중 생물들도 죽었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티샤강에서 물고기 등 생물이 다시 살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했다고 주장했다.

유고 정부는 강물을 따라 흘러든 폐수가 12일 제 2의 도시 노비사드를 가로질러 내려오는 다뉴브강에 도달하자 이 강물의 사용을 금지했다. 유고는 헝가리와의 국경 인근 티샤강의 시안화물 농도가 12일 오전 0.13ppm(1ppm은 물 1ℓ에 1㎎이 포함된 양)으로 차츰 농도가 낮아지고 있으나 하류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 의회의 졸트너 일레스 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비록 오염된 강물의 시안화물의 농도가 인간을 숨지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강에 사는 생물들을 모두 소멸시켰다”고 말했다.

헝가리의 빅토로 오르반 총리는 오염확산 방지와 오염에 따른 법적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간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루마니아 관리들은 그러나 “헝가리가 폐수 오염 피해를 과장해 발표하고 있다”며 “폐수는 강물에 희석돼 큰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 폐수 오염 피해보상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로욜라 드 팔라시오 유럽연합(EU)부집행위원장은 “이번 폐수 오염은 유럽의 환경재앙”이라며 “비슷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유럽 각국이 환경 오염물질 관리체제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안화물은 금광 등에서 추출된 광물을 정련하는데 사용되는 맹독성 화학물질로 오염농도가 4.5¤ 이상이면 인체에 치명적이고 0.1ppm 이상만 돼도 인체에 해를 미친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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