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콕 탄생 100주년]'사이코'등 비디오 인기

  • 입력 1999년 8월 12일 19시 27분


“한 감독이 서부극을 만들려고 할 때 반드시 존 포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스릴러나 서스펜스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의 마음 속에는 히치콕의 걸작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프랑수아 트뤼포)

13일은 ‘서스펜스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1899∼1980)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 히치콕은 영화사상 최초의 스타 감독이자 오늘날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영국의 영화전문지 ‘사이트&사운드’는 히치콕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근 마틴 스콜세지 등 유명 감독들에게 히치콕의 명작 10개를 골라달라는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위는 ‘사이코’.

‘사이코’에서 보여지듯 히치콕은 단순한 범죄와 공포를 넘어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갈등, 존재의 불안에 이르기까지 잠재의식을 화면에 담아내는 심리스릴러의 거장이다. 또 글로 쓰여진 예술작품과 영화가 어떻게 다른지 누구보다 분명히 보여준 영상기교의 대가이기도 하다. ‘현기증’에서 형사가 현기증을 일으키는 장면을 배우의 연기가 아니라 촬영기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15년을 연구했을 정도.

스티븐 스필버그, 브라이언 드 팔마 등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세계의 영화감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히치콕의 열혈 팬인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젊은 관객들에게 히치콕을 알려주기 위해 흑백영화인 ‘사이코’를 칼러로 바꿔 그대로 모사(模寫)하는 보기 드문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그러나 구스 반 산트의 컬러판 ‘사이코’는 39년 전에 만들어진 흑백판 ‘사이코’의 숨 막힐 듯 섬뜩한 공포에는 한참 못미친다.

히치콕은 19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는 ‘시간의 시험’을 견뎌내며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장 콕토가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그의 작품은 죽은 병사의 손목시계처럼 살아 남았다”며 바친 헌사처럼.

◆비디오로 나온 히치콕 영화

94년 프랑수아 트뤼포의 책 ‘히치콕과의 대화’가 국내에 출판될 때만 해도 시중에 나와있던 히치콕의 비디오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편 뿐.

그러나 지금은 19편이나 나와 있다. 구스 반 산트의 컬러판 ‘사이코’도 최근 비디오로 출시됐다.

△나는 비밀을 안다 △라이프 보트 △로프 △마니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새 △사이코 △이창 △파괴공작원 △프렌지 △현기증 △다이알M을 돌려라 △찢겨진 커튼 △암호명 토파즈 △39계단 △살인 △레베카 △사보타주 △영 앤 이노센트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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