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어느 ‘멍부’ 결정으로 여럿 개고생”…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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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7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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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사람 쓸 줄 모른다”며 법무부 비판

법무부가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단’에 검사를 파견한 것에 대해 정유미(48·사법연수원 30기)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사람 쓸 줄 모르는 어느 ‘멍부’의 결정으로 여러 명이 개고생”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정 부장검사는 최근 법률신문에 ‘멍부를 아시나요’ 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멍부’는 직장인들이 상사를 분류하는 우스갯소리(똑부·똑게·멍부·멍게)다. ‘똑’은 똑똑함, ‘멍’은 멍청함, ‘부’는 부지런함, ‘게’는 게으름을 줄인 말이다. 즉 멍부는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를 말한다.

정 부장검사는 “멍부를 최악의 상사로 친다”며 “멍부 상사는 아무한테나 엉뚱한 일을 맡기고 온갖 쓸데없는 일을 벌이면서 쉬지 않고 부하들을 들들 볶는다. 그 결과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하면서 부하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고갈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전에서 주민을 상대로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범행을 한 일당이 기소됐는데, 피해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수사 기록만 2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이라며 “실력 있는 고참검사가 몇 달동안 재판을 준비해 왔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열띤 공방이 시작되는 참이었는데, 법무부가 난데없이 (역학조사 지원단에) 이 고참검사를 뽑아가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방대한 사건이라 내용을 모르는 검사가 그 빈 자리를 메울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지난 인사시즌 다른 지방으로 떠나갔던 수사팀 검사들이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준비하고, 매번 재판기일마다 장거리 출장을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관련 범죄수사도 아니고, 역학조사에 굳이 검사가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분명한 것은, 그 검사는 코로나 역학조사 대신 250억원 규모의 유사수신범행 공판에서 천만 배의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검경을 포함해 21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단을 출범했다. 법무부는 인사혁신처 절차를 거쳐 대검찰청 협조를 받아 검찰 수사관 등 9명의 인원을 파견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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