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끊기자… 우체국 국제우편도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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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코로나19에 막힌 해외 배송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중소 제조업체 해외 판매 담당 A 씨는 유럽 지역 협력사들에 제품 샘플을 보내러 왔다가 깜짝 놀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우체국 국제특급우편물(EMS) 배송마저 한 달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A 씨는 “사람이 직접 갈 수도 없는데 우편물마저 원활하지 않아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의류를 보내러 광화문우체국을 찾은 B 씨는 “배송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고 들었다”며 “제때 수령을 못 해 결과적으로 계절에 맞지 않는 옷들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끊기면서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우체국 EMS 배송 접수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EMS 배송 접수가 중단되지 않은 국가라 하더라도 수령까지 한 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일선 우체국에서 대만, 인도, 멕시코 등 대한민국 상위 10대 수출국을 비롯한 44개 국가의 EMS 접수를 중단했다. 일본을 비롯한 3개국에서는 일부 지역(도쿄, 오사카)만 접수를 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항공편 축소와 해당 국가에서의 우편물 소독 및 비대면 배달 실시 등이 이유다.

중국, 미국 등 상위 1, 2대 수출국을 포함한 나머지 국가들은 EMS 접수를 하고 있지만 배송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통상 3∼5일, 미국은 7일가량 걸리는데 우체국에서는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1월 29일 중국을 시작으로 EMS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홈페이지에 중단 국가를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하게 택배를 보내야 하는 사람들은 전용기로 화물을 운송하는 글로벌 물류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미국 뉴욕으로 5kg짜리 박스 하나를 배송하는 경우 EMS는 8만8000원이지만 글로벌 물류업체는 46만7000원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타격이 크다. 온라인에서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C 씨는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데 배송 지연으로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며 “중국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물건을 판매하지도 못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포장 용기도 못 받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직원을 줄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동남아 국가에 화장품을 판매하는 D 씨는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물건을 주문한 해외 고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문 취소를 유도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불황이 장기화되면 애써 구축해놓은 동남아 판로가 아주 닫혀버릴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민·유학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배송 지연으로 인한 음식물 문제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한 유학생은 “EMS 불가로 필요한 짐들을 비행기에 들고 탈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마스크 해외 반출을 전면 금지한 사실을 모르고 해외로 보내는 택배에 마스크를 넣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마스크 해외 반출이 금지됐는데 한두 장은 괜찮겠지 하고 EMS에 넣었다가 반송돼 9만 원의 배송비도 못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우체국#ems 접수 중단#국제우편#해외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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