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찾지 못하는 자금 410조…저금리에도 ‘파킹통장’ 선호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7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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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들이 시중에 풀려 있는 이른바 ‘대기성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지만 미중 무역분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 강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투자처 찾지 못하는 자금 410조 돌파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요구불성예금은 410조1054억 원에 달한다. 전월 대비 18조8485억 원, 1년 전과 비교하면 40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요구불성예금은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언제든 자금을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으로, 그 규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꼽는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으로 향하더 자금의 발길이 묶였다. 여기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도 위축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는 위험 자산 선호도를 더욱 낮추고 있다.

● SC제일은행 등 파킹통장 적극 마케팅

최근 주목받는 상품은 ‘파킹통장’이다. 여유자금을 주차하듯 잠깐만 맡겨도 비교적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투자처를 아직 찾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자금을 묶어놓고 싶지는 않은 고객에게 조금이나마 높은 수익률을 준다.

대표적인 파킹통장으로는 SC제일은행이 지난 2017년 첫 선을 보인 ‘SC제일마이줌통장’이 있다. SC제일마이줌통장은 예금주가 설정한 금액에 맞춰 잔액을 유지하기만 하면 하루를 맡겨도 연 1.0%의 금리를, 설정금액 초과금액에 대해서는 연 0.5%의 금리를 제공하는 수시입출금통장이다. 설정 금액은 최소 100만 원부터 최대 10억 원까지라 본인의 재테크 계획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SC제일은행은 2월 중 ‘SC제일마이줌통장’에 신규 가입하고 일정 기간 동안 기준금액을 유지하는 고객에게 신세계상품권 모바일 교환권을 최대 100만 원까지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달 28일까지 SC제일마이줌통장에 신규 가입하고 그 다음달부터 3개월 혹은 6개월 동안 매월 평균 잔액을 기준 금액 이상으로 유지하면 이벤트에 참여가 가능하다.

SC제일은행 측은 “입소문을 타고 4개월 만에 수신고 2조 원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며 “연초 단기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은 18~30세를 대상으로 ‘신한 주거래 S20 통장’를 선보였다. 자유입출금이 가능하며 통장 예치금 중 최대 200만 원까지 연 1.5%(이하 세전) 금리를 적용한다. 반대로 은퇴를 준비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 통장’도 신한금융 연금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에 한해 예치금 5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연 1.5% 금리를 부여한다. 카카오뱅크는 계좌 잔액 중 1000만 원까지를 세이프박스로 설정해 놓으면 연 1.2%의 우대 금리를 보장해 준다. 세이프박스로 설정된 금액은 결제나 이체가 불가능하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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