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여유와 휴식 ‘홈코노미’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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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배달시켜 먹고… 드라마 보고 게임하며 뒹굴
KB국민카드, 데이터 4492만건 분석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40)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켠다. 치킨부터 양꼬치, 곱창까지 그날 입맛에 따라 시켜 먹는 음식은 여러 가지다. 밥을 먹은 뒤에는 평일에 놓친 드라마를 유료결제한 뒤 몰아서 본다. 드라마 보는 게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한다. 현질(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는 행위)로 꾸민 자신의 캐릭터를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김 씨는 “집에서 혼자 놀다 보면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힐링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집에서 휴일을 보내며 소비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문화가 카드 사용 내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올해 2분기(4∼6월)까지 음식 배달앱, 가전 렌털, 일상용품 배달, 케어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등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이용한 25∼54세 고객의 결제데이터 4492만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홈코노미 분야의 하루 평균 결제 건수가 1년여 만에 1.9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 배달앱을 통한 결제 건수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2분기에 2.14배로 늘었다. 올해 2분기 기준 음식 배달앱 이용 고객은 25∼34세의 젊은 연령층이 절반 이상(56.3%)을 차지했다. 또 45∼54세 중년층에서도 결제 건수가 지난해 1분기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카드가 홈코노미 업종 이용 경험이 있는 고객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음식 배달앱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의성이었다. ‘주문과 결제 과정이 편리해서’ 또는 ‘직접 매장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음식 배달앱을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다수를 차지했다. 음식 배달앱의 이용률은 1인 가구뿐 아니라 2인 가구 역시 높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홈코노미 관련 결제 규모가 늘어난 이유로 경제난을 꼽았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밖에 나가서 취미생활을 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홈코노미 트렌드가 확산됐다”며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여유 시간이 늘어난 것도 집에서의 소비가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카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응답(35.9%)이 줄었다는 응답(22.2%)보다 더 많았다. 여유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집을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51.7%를 차지했다. 이들은 여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이유로 ‘진정한 휴식이라 생각해서’와 ‘내가 원하는 활동을 편하게 할 수 있어서’를 주로 꼽았다.

국민카드 데이터마케팅부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
#홈코노미#배달#국민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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