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담화 통해 美에 유화 메시지…“물밑 교섭 활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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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 담화 "김정은-트럼프 '각별'"
"장애물 극복…의지 있으면 길 열려"
"北, '노딜' 반복 않을 거란 확신 원해"
후속 실무협상도 스톡홀름서 진행 전망

이달 초 북미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직후 “(미국이)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하였다”며 날을 세웠던 북한이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각별하다”고 밝히며 후속 협상 진행 의지를 밝혔다. 머지않아 실무협상 개최 움직임이 가시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에서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었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할 때마다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각별하다”라고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어져 온 북미 비핵화 협상 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지난 4~5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수석대표로 나선 가운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이 표면적으로는 결렬되는 모양새로 끝났지만, 양측은 협상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등에 관한 입장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가 협상 종료 후 다소 강경한 어투로 결렬을 주장하자 미국 측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협상 분위기 또한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라며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후 대미 메시지를 내지 않던 북한이 이날 “장애물 극복”,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 등의 유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이번 메시지에는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데 따른 조급함,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스톡홀름에서 결렬을 선언한 것은 대화 의지와는 별개로 하노이에서 당한 모욕을 설욕하겠다는 의미가 컸고, 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기선 제압 의도도 있었다”라며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기 위한 명분이 필요한 상황인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상투적으로 ‘좋은 관계’를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각별하다’라고 반응한 것은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현재 중요한 것은 표면적으로 주고받는 말이 아니라 물밑에서 얼마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며 “현재 북미가 물밑 교섭을 통해 모종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내비쳤고, 이에 북한이 고무된 측면도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홍 실장은 다만 “북미 협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동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북한은 ‘하노이 노딜’ 같은 망신을 또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실무협상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싶어한다”라며 “북한은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되 일단 실무협상에서 합의에 걸림돌이 될 만한 모든 것을 제거하는 데 주력할 것이고, 이러한 걸림돌이 모두 제거됐다고 판단할 때 정상회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실무협상도 스톡홀름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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