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할 곳 없어 떠날 수밖에”… 군산 인구 3년반새 7000명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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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눈물’ 현장 가보니

2일 오전 전북 군산시 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가 텅 비어 있다. 지난해 6월 국비 18억원을 들여 만든 이 센터에서는 취업 지원, 직업 훈련,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취업 실적은 저조하다. 군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
2일 오전 전북 군산시 고용위기종합지원센터가 텅 비어 있다. 지난해 6월 국비 18억원을 들여 만든 이 센터에서는 취업 지원, 직업 훈련,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취업 실적은 저조하다. 군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기업이 없으니까 남자들은 다 지역을 나갔어요. 취직할 데가 있어야지….”

2일 오전 9시경 전북 군산시에서 기자를 태운 택시기사 A 씨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택시가 달린 도로 옆엔 신축 아파트 단지가 우뚝 솟아 있었지만, 단지 앞 상가 건물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임대’나 ‘매매’가 크게 적힌 현수막만이 건물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A 씨는 “공장이 빠져나가고는 아파트에도, 상가에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황량하죠.” 창밖을 바라보던 A 씨가 덧붙였다.

2017년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시작된 군산의 고용위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침체 속에서도 조선소가 가동되고 있는 경남 거제시 등과 달리 군산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2017년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돼 산업기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조선업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군산에는 희망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마르지 않는 군산의 눈물

2일 군산시내에서 만난 김모 씨(42)도 최근 외국계 중소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 다니다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가 공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직원 7명에게 퇴사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씨는 군산에서 당장 일을 구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 씨는 “군산에는 영세업체만 남아 이직을 해도 월급이 반 토막이 난다”며 “시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아내는 군산에 남는 대신 주말부부를 각오하고 다른 지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거제를 비롯한 7개 지역과 함께 군산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고 올 4월 지정기간(1년)을 한 차례 연장했다. 군산시에 따르면 1년 반 동안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군산에 국가예산 1680억 원이 투입됐다. 이 중 약 18억 원은 고용위기 종합지원센터(센터)를 설립해 사업주와 구직자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기자가 2일 방문한 센터는 한산했다. 25개 상담 창구가 있었지만 상담을 받는 사람은 한 번에 다섯 명을 넘지 못했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센터를 통한 취업 실적은 저조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위기지역 지정 이후 군산 센터를 찾은 4명 중 1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다른 고용위기지역인 창원(72%), 거제(74%), 목포(121%) 센터 취업률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 일감 찾아 지역 떠나는 중년들


군산시내도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군산대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다 4월 장사를 접은 황모 씨(41)는 “공장이 빠져나간 여파로 지역경제 전체가 무너졌다”며 “GM공장이 빠져나가고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건축회사 사무소를 다니다가 최근 실직한 고모 씨(53·여)도 “군산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도시 전체가 너무 우울하다”고 전했다.

군산의 인구도 순감하고 있다. 2015년 전년도보다 300명 증가해 27만8400명을 기록한 군산인구는 2016년 이후 3년 반 동안 6900여 명 줄었다. 전출자에서 전입자를 뺀 수는 2015년 495명에서 지난해 2351명으로 약 5배 늘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전기차 공장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여전히 “군산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공장이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사업본부장은 “최근 조선업이 회복하고 있지만 공장이 모두 떠난 군산은 고용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용 지원에 더해 대안 산업을 찾아 일자리를 만들어야만 지역 탈출 러시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전북 군산#고용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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