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응급실 없는 시군이 15곳… 지방 ‘의료절벽’ 방치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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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병원의 응급실이 없어져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어 출산을 못 하는 등 도농 간 ‘의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군내에 응급실이 한 곳도 없는 전남 영암에서는 지난해 여름 70대 노인이 일사병으로 쓰러져 나주까지 옮기다 숨지는 등 무너진 응급의료 체계로 인해 지방 주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기관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역응급 의료기관’으로 지정받아 정부 지원을 받는 응급실은 2017년 264곳에서 지난해 249곳으로 15곳이 줄었다. 27곳(10.8%)은 인력 기준을 충족 못 해 곧 문을 닫을 위기다. 157개 기초 지자체 중 경기 가평군, 충북 단양·보은·증평군 등 15곳은 ‘응급기관’이 한 곳도 없다. 응급실 상황과 관련이 큰 인구 10만 명당 심장질환 사망자는 서울이 28.3명, 전남은 45.3명이었다.

지방 응급 의료체계의 붕괴는 의료 인력의 수도권·대도시 편중으로 인해 더 심해지고 있다. ‘응급기관’으로 지정돼 보조금을 받으려면 당직 의사, 간호사, 컴퓨터단층촬영(CT) 기사, 구급차 운전사 등 기본적인 의료 인력이 필요한데 급여를 20∼30% 더 줘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간신히 인력을 채워 보조금을 받아도 적자인 곳도 많다. 인력난은 산부인과에서도 두드러져 1시간 이내에 도착해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이 30곳이나 된다.

의료는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 지역별로 ‘응급기관’ 지정 기준을 차등화하고, 의료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등 공공의료 확충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방이 ‘의료절벽’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은 주민들의 기본적 건강권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의무다.
#지방 병원#응급실#의료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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