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등록금 11년째 동결 압박, 우려되는 대학재정 악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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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학이 내년에도 등록금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교육부는 ‘2019학년도 대학 등록금 산정 방법’을 발표하면서 최대 인상한도를 2.25%로 제시했지만 동시에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4000억 원 규모의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신청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경우 연간 1조200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불이익이 예상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엄포에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등록금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2009년 이후 11년째 계속되는 등록금 통제는 고스란히 대학들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온다. 열악한 재정으로 인한 투자 여력의 감소는 강좌 축소, 연구비 감소 같은 교육환경의 악화와 연구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최근 대학 등록금 동결을 ‘사람 투자’에 반(反)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등록금 통제의 무기로 휘두르면서부터 국공립대에 비해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학은 심각한 재정 악화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학 의존도가 가장 높은 반면 정부의 재정지원 비율은 매우 낮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과 강사법 개정까지 겹치면서 대학의 재정난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억제 정책을 펴는 것은 대학 자율성에 역행하는 규제다. 전체 대학의 80%에 이르는 사학의 만성적 재정난을 외면한다면 궁극적으로 대학 경쟁력의 추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역량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만 고집하고 있다.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다. 대학이 살아남는 데만 급급하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결국 그 피해는 부실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대학#대학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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