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차진아]남북 군사합의 비준, 헌법 60조 지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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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대한민국 정부가 합의해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만들어도
국회는 손놓고 있어야 하는가
헌법60조 1항 국회의 비준동의권, 北에 대해서도 적용돼야 한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는 반세기 이상 한반도를 전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고조된 지역의 하나로 만들었다. 최근 북핵 위기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한반도 위기 상황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는 복잡하고 미묘하다. 한편으로는 적대적 관계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민족이고 결국은 다시 하나로 돌아가야 할 통일의 파트너다. 그렇기에 우리 헌법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 또한 이중적이다. 헌법재판소 판례에서 나타나듯이 북한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반(反)국가단체임과 동시에 통일을 위한 교류 협력의 대상이기도 하다.

대북관계의 이중적 측면은 항시 균형을 이뤄야 한다.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측면만을 강조하면서 교류 협력 및 이를 위한 대화를 소홀히 할 경우 통일이 멀어지고,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소하기 어려워지며, 긴장이 고조돼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대로 북한과의 교류 협력만을 강조하고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위험성을 무시할 경우엔 대한민국의 존립, 국민들의 인권이 위태로워진다. 헌법재판소가 대북 관계의 양면성을 강조한 것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러한 균형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초기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들과도 대화하고 공조하려는 노력을 했다. 그런데 판문점회담 이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에 그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에서, 평양선언과 그 부속문서인 군사합의서에 대해 지난달 23일 일방적으로 비준했다. 야당이 ‘국회 패싱’을 문제 삼아 위헌이라고 주장하자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조약의 국회 동의에 관한 규정인 헌법 제60조가 적용되지 않으며, 야당의 주장이 오히려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우리 헌법상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했고,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의 영토다. 이를 점거하고 있는 북한정권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단체다. 그러면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대한민국 정부가 합의하여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을 하더라도 국민이나 국회는 아무런 통제도 못 하고 손놓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헌법 해석상 조약 체결의 당사자는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교전단체 등 다양한 단체나 국제기구 등이 포함된다. 1953년 휴전협정의 당사자도 북한과 유엔사령부였다. 설령 북한이 대한민국과의 관계에서 조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반국가단체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합의를 하는 것에 국회가 아무런 통제도 할 수 없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물론 정부는 북한을 깊이 신뢰하고 있고 그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 개발 논란에 대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은 핵개발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자신이 이를 책임지겠다고 말했을 때, 과연 그러한 확신이 없었을까.

대통령이나 대북정책 담당자들이 개인의 확신으로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정책을 국회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 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헌적이기도 하다.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60조 1항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돼야 하며, 청와대 대변인이 주장한 것처럼 남북관계발전법이 이에 우선하는 것이라면 그 법률도 위헌이다. 그런데 오히려 남북관계발전법은 입법사항에 대한 남북합의서에 대해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 입법사항에는 헌법 제60조 제1항에 규정된 국가 안보에 관한 사항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왜 정부는 그런 주장을 하고 있을까? 이미 정부는 대북정책에 관해 균형감각을 잃은 것은 아닌가? 국민은 매우 불안하고 우려스럽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남북 관계#판문점 선언#국회 비준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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