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국가’ 벗고 ‘정상국가’ 이미지 챙긴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트럼프-김영철 백악관회동 효과
‘동등한 외교상대 출발점’ 성과얻어… 北, 부정적 이미지 세탁 본격화

북한이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면담을 성사시키면서 국제사회가 갖고 있던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세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특사 격인 김영철을 백악관에서 직접 맞이하며 집무실에서 대화한 것 자체가 김정은이 그토록 원했던 ‘정상국가화 작업’에 긍정적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김영철을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80분간 대화했다. 회담 후 “그들은(북한은) 이전 (미국) 정부와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었다”며 새로운 북-미 관계의 시작점에 있음을 밝혔다. 또 “그들은 한 국가로서 발전하기를 원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 즉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에 나설 경우 그런 과정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향후 북-미 간 ‘빅딜’을 통해 비핵화와 보상을 맞바꾸는 틀을 논의하겠지만, 이미 현 단계에서도 북한은 적지 않은 외교적 수확을 얻었다. 그동안 북한을 ‘불량국가’ ‘감옥 국가’ 등으로 칭했던 미국이 이젠 한 테이블에 앉는 동등한 외교 상대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이 북한을 전복의 대상이 아닌 협상의 상대로 공식 인정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김정은은 젊고, 밝고, 변화에 적극적인 지도자상을 빠르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6·25전쟁 후 수십 년간 폐쇄된 국가로 지내왔던 북한은 지난해 핵무력 완성 선언 후 ‘전략국가’란 새 용어를 쓰며 국제사회 진입을 본격적으로 도모해왔다. 김정은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성공 후 지난해 12월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에서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이라며 ‘전략국가’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략국가’는 결국 ‘정상국가’의 북한식 표현이며 미국에게 대우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김영철 방미를 통해 북한 스스로 ‘열등 국가 콤플렉스’에서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영철의 방미 보도를 늦추며 신중을 기하는 것도 이런 북-미 관계 변화의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실장은 “70년 가까이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이었던 미국을 이젠 대화 파트너로 주민들에게 새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밀하고 새로운 선전선동술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 당국이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북한#김정은#북미 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