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가즈아!]태극 전사들 “金세배 드릴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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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겨울올림픽 빛낼 한국 선수들

금 8, 은 4, 동 8개, 종합 4위 목표
효자종목 쇼트트랙 최다 메달 노려
‘빙속 여제’ 이상화 3연패 최대 관심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 윤성빈 썰매 종목 사상 최초 금메달 기대
“완전히 준비가 끝났다” 자신감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4·강원도청)의 폭발적인 스타트는 천부적인 신체 능력과 스포츠과학이 합작한 결과물이다. 동아일보DB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4·강원도청)의 폭발적인 스타트는 천부적인 신체 능력과 스포츠과학이 합작한 결과물이다. 동아일보DB
대한민국의 역대 겨울올림픽 성적
대한민국의 역대 겨울올림픽 성적
《‘8-4-8 프로젝트.’ 대한민국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많은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은 역시 쇼트트랙이다.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을 시작으로 2014년 소치 올림픽까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획득한 총 26개의 금메달 중 무려 21개를 쇼트트랙에서 따냈다.》

최민정(20·성남시청)과 심석희(21·한국체대)의 ‘쌍두마차’가 버티고 있는 여자 대표팀은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이다. 전통적인 강세 종목이었던 1500m와 1000m, 그리고 3000m 계주는 물론이고 취약 종목으로 꼽혔던 500m에서도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

평창 올림픽(2월 9∼25일)이 자신의 첫 올림픽인 최민정은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금메달 8개를 쓸어 담았다. 특히 1차 월드컵에서는 여자부에 걸린 4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다. 그동안 취약 종목이었던 500m에서도 금메달을 수확한 것이 고무적이다. 컨디션에 따라 한국 선수로는 여름·겨울 올림픽을 통틀어 첫 단일 대회 4관왕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소치 대회에서 ‘노 메달’ 수모를 당했던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도 임효준(22·한국체대)과 황대헌(19·부흥고), 서이라(26·화성시청) 등을 내세워 명예 회복에 나선다. 자기 기량을 발휘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번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의 첫 금메달이 걸려 있는 10일 남자 1500m에서 금맥이 터진다면 이후 메달 전선에도 파란불이 켜질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도 금메달 도전 종목이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겨울올림픽 3연패 여부는 평창 올림픽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2010년 밴쿠버와 2014년 소치 여자 500m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상화는 평창 올림픽에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에 도전한다. 이 종목 세계랭킹 1위인 고다이라 나오(일본)를 넘어서는 게 관건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역시 전략 종목이다. 남자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승훈(30·대한항공)은 이 종목 세계 랭킹 1위로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리고 있다. 여자 매스스타트의 김보름(25·강원도청) 역시 유력한 메달 후보다.

설상 종목에서 메달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다. 강원도 정선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탔다고 해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은 스노보드 알파인의 이상호(23·한국체대)와 한국 남자 모굴의 간판 최재우(24)도 한국 선수 스키 종목 첫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스켈레톤의 간판 윤성빈(24·강원도청)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선수다. 그는 평창에서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성빈은 지난달 20일 최종 확정된 2017∼2018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순위에서 세계 1위(랭킹포인트 1545점)에 올랐다. 8년 동안 왕좌를 지키며 ‘스켈레톤의 황제’로 불리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1440점)를 따돌렸다.

윤성빈의 1위 등극은 8차까지 이어진 이번 월드컵에서 마지막 대회를 건너뛰고도 성취한 것이라 그 의미가 더 깊다. 앞서 7차 대회까지 윤성빈은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를 획득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윤성빈은 8차 월드컵을 앞두고 평창 올림픽 준비를 위해 조기 귀국을 선택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쏟는 그의 열정은 남다르다. 2015∼2016시즌, 2016∼2017시즌 연속 두쿠르스에 이어 2위를 했던 윤성빈은 안방에서 치러지는 평창 올림픽에서 기분 좋게 황제 대관식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사실 스켈레톤을 비롯해 봅슬레이와 루지 등 썰매 종목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낯선 종목이었다. 2009년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봅슬레이 종목이 소개되면서 잠깐 관심을 끌긴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전용 트랙 하나 없이 한국 썰매 국가대표팀은 맨바닥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가며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윤성빈의 키는 178cm. 이 키로 그는 고등학교 시절 덩크슛을 했을 정도로 타고난 순발력과 하체근력을 지녔다. 이는 초반 스퍼트가 중요한 스켈레톤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스켈레톤은 출발 기록을 0.1초 줄이면 최종 기록은 0.3∼0.4초까지 줄일 수 있다. 윤성빈은 특유의 하체 힘을 이용해 빠른 스타트로 대회마다 경쟁자들을 압도해왔다. 실제 그는 올해 5차 대회까지 열린 2017∼2018시즌 월드컵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스타트 기록이 2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3차 대회 2차 시기에선 ‘4초50’의 번개 스타트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록은 윤성빈이 이번 시즌 기록한 최고 성적. 맞수 두쿠르스의 시즌 최고 기록이 4초56인 것을 고려하면 그의 기록이 얼마나 빠른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탁월한 주행능력 또한 윤성빈의 강점이다. 그는 전 세계 어느 트랙에서도 적응이 매우 빠르다고 소문난 선수다. 그가 입문 5년 만에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게 한 주요 원동력 중 하나다. 여기에 그의 주행 능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최고의 코치진까지 확보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 리처드 브롬리 코치(영국)는 썰매 제작 능력까지 갖춘 장비 전담 코치로 경기장 날씨와 습도에 따라 썰매의 날을 달리해 장착한다. ‘100분의 1초’ 싸움을 해야 하는 스켈레톤에서 이처럼 미세한 부분까지 선수에게 맞게 조율해줄 수 있는 코치진의 실력은 메달 색깔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윤성빈은 육체적 능력 못지않게 담대한 성격도 장점으로 꼽힌다. 윤성빈은 어떤 경기,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멘털 소유자다. 자칫 평창 올림픽이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니만큼 부담도 될 법하지만 그는 좀처럼 흔들림이 없다. 여기에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욕으로 윤성빈은 어느새 두쿠르스를 뛰어넘은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런 윤성빈에게 안방 트랙의 이점까지 더해지니, 그의 금메달 소식이 더욱더 기대되고 있다. 전 세계에 16개밖에 없는 전용 트랙은 길이와 곡선 설계 등이 모두 달라 해당 트랙에 얼마나 적응하는지가 승부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2016년 문을 연 평창 슬라이딩 센터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연 공식 썰매 트랙이다. 윤성빈을 비롯한 한국 썰매 국가대표팀은 올해 초부터 이곳에서 트랙 적응 훈련을 계속해 오며 올림픽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윤성빈을 비롯한 스켈레톤팀은 1월부터 총 380회의 홈 트랙 주행을 마쳤다.

썰매 대표팀과 윤성빈은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1일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 타워콘도에서 열린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이용 한국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은 “윤성빈은 더 이상 두쿠르스 얘기를 안 해도 될 것 같다. 자기와의 싸움을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성빈도 “지금은 완전히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맨땅에서 피와 땀, 눈물로 성장한 한국 썰매 그리고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평창에서의 금빛 질주를 꿈꾸고 있다.

김재형 monami@donga.com·평창=이헌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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