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세진]현대차 50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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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9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는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50주년을 기념하는 사사(社史) 편찬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축사도 없었다. 노사의 단체협약에 따라 노조원만 하루 쉬었다. 통상 대기업이 5년, 10년 단위의 창립기념일에 대대적인 행사를 열고 비전을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40년 당시 3500원을 주고 아도서비스를 인수해 자동차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동네 카센터 수준이던 아도서비스는 1967년 12월 29일 현대모타주식회사(현대차 창립 당시 사명)로 바뀌었다. 1986년 미국에 수출한 엑셀의 프로젝트명인 ‘X카’ 기획을 담당한 박병재 씨는 1년에 50차례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등을 방문했다. 공장 사진을 찍을 수 없어 눈이 카메라, 머릿속이 메모리가 되어 일본 업체를 모방했다. 그러던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 취임 10주년인 2010년에 창업 초기 기술을 이전받은 미국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생산량 5위에 올랐다.

▷2012년 8조 원이 넘는 이익을 내던 현대차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의 보복까지 당하면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했다. 현대차 노사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연내 타결하지 못했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구도도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량과 자율주행차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바닥부터 바뀌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계열사 31곳의 총 매출액은 2016년 기준 257조 원이다. 국내 고용만 약 14만 명이다. 국내 제조업 생산의 12%(약 190조 원)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고용 인력은 35만 명에 이른다. 현대차의 미래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근로자와 그 가족의 미래다. 과거 현대차의 성공 방정식은 ‘현다이(Hyundai)는 한다이∼’였다.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과거의 ‘하면 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50주년을 맞은 현대차의 침묵이 ‘현다이 정신’에 새로운 알파(α)를 추가하는 시간이 됐기를 기대한다.

정세진 논설위원 mint4a@donga.com
#횡설수설#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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