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눈물별곡’… 유명 외식업체, 4만4000명에 84억 떼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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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별곡’ ‘애슐리’ 등 운영 이랜드파크, 1년간 139만시간 임금 안줘

  ‘83억7200만 원.’

  ‘애슐리’ ‘자연별곡’ 등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아르바이트생 4만4360명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 총액이다. 올해 최저임금(6030원)으로 따지면 아르바이트생이 139만 시간을 무보수로 일한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랜드파크의 21개 외식 프랜차이즈 직영 매장 360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대다수 매장에서 근로기준법상 명시된 임금과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19일 드러났다. 본보가 취재한 임금 체불 피해자들의 사연을 재구성했다.
○ “10분 전 출근은 근로시간 아냐”

 
지난해 서울의 한 애슐리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A 씨는 매일 오후 3시 50분까지 출근해야 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출근시간은 4시였지만 매장 관리자는 ‘10분 전 출근’을 강요했다. 그러면서도 시급은 오후 4시부터 출근한 걸로 계산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이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A 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매장 관리자는 “10분 전에 나오는 건 당연한 거라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A 씨가 계약한 하루 근로시간은 6시간. 그러나 바쁠 때는 오후 10시가 넘어 퇴근할 때도 잦았다. 하지만 A 씨는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했다. 매장 관리자가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계산했기 때문. A 씨가 오후 10시 28분 퇴근해도 시급은 10시 30분이 아닌 10시 15분까지 일한 것으로 계산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분 단위로 임금을 계산해 지급해야 하지만 조금이라도 임금을 덜 지급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다.

 A 씨는 개인 사정으로 하루 동안 연차를 내겠다고 매장 관리자에게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미만 근무한 근로자도 1개월 동안 개근했다면 1일의 유급휴가를 주거나 연차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매장 관리자는 A 씨에게 “연차를 사용하겠다고 한 아르바이트생은 처음 봤다”고 도리어 면박을 줬다. 이어 “이런 식이면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 A 씨는 얼마 뒤 연장수당 지급을 둘러싸고 또다시 갈등이 불거진 뒤 일을 그만뒀다. A 씨는 “해고는 아니었지만 사실상 권고사직이었다”고 말했다. 
○ 알바생 착취해 성장한 이랜드파크

 이랜드파크가 체불한 임금 총액은 2013∼2015년 3년 동안 영업이익 총액(96억 원)과 맞먹는다. 올 10월 국정감사 당시 이랜드파크의 임금 체불 의혹을 제기해 노동부의 근로감독을 이끌어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날 “알바생의 임금을 쥐어짜 이익을 낸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성장해 업계 1위가 된 이랜드파크의 지난해 연매출은 7252억 원이다. 

 노동부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대표이사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며 향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 다른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과태료 28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랜드파크 측은 “문제점은 모두 시정 조치했고 피해자 접수를 받아 체불한 임금을 곧 지급할 계획이다. 재발 방지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자는 이날 전화 인터뷰를 마치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일했던 아르바이트생 대다수는 빠듯한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드리려고 일한 건데, 대기업이 이런 알바생의 임금까지 떼어먹는 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닌가요.”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이랜드#임금착취#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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