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님, 먹고살기 힘든데 뭐부터 줄여야 하나요”… “음, 너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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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SNS중심 정치풍자 확산… 주로 푸틴 겨냥한 정부비판 글
풍자 포스터 거리에 몰래 내걸기도

4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버스정류장에 나붙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풍자 포스터. 뉴스위크 홈페이지 캡처
4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버스정류장에 나붙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풍자 포스터. 뉴스위크 홈페이지 캡처
“푸틴 대통령님, 먹고살기 힘듭니다. 절약하려면 무엇부터 줄여야 할까요.”

“음, 너부터.”

이처럼 살 떨리는 유머를 포함해 러시아에서 정치 풍자가 고개를 들고 있다.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주류 언론에 대한 통제가 강화돼 정치 풍자는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하지만 최근 대도시에서부터 초고속통신망이 구축되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치 풍자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미국 뉴스위크가 11일 보도했다.

2010년 개설된 반(反)정부 트위터 계정(@KermlinRussia)의 팔로어는 150만 명까지 늘어났다. 여기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치인에 대한 풍자가 가득하다. “러시아 정치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기 힘들다”고 푸념하면 “왜? 푸틴은 계속 성형수술하고 있는데”라는 답이 달린다.

최근엔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생방송으로 참여한 ‘국민과의 대화’ 패러디가 인기다. 당시 시베리아에 사는 한 여성이 “왜 우리 동네 도로 상태는 엉망이냐”고 물었던 것에 착안해 한 트위터 사용자는 “그 여성은 지금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다”며 이 여성이 아스팔트 아래 묻혀 있는 합성 사진을 올렸다.

풍자는 오프라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도시 버스정류장엔 풍자 포스터가 나붙는다. 조세 회피 인물의 정보가 담긴 ‘파나마 페이퍼스’에 푸틴 대통령 이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지난달 6일 모스크바의 한 버스정류장에는 벙거지와 선글라스를 쓰고 담배를 문 푸틴 대통령이 “어떤 파나마야?”라고 묻는 포스터가 붙었다. 파나마는 러시아말로 벙거지를 뜻한다.

당국은 발견되는 즉시 철거하지만 사람들이 바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 퍼뜨린다. 반정부 활동가인 예브게니 렙코비치는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몇 가지 남지 않은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을 악마로 빗댄 풍자 프로그램을 방영한 독립방송 NTV를 주정부 산하 기관으로 편입해 버리는 등 주류 언론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에는 느슨한 잣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反)정부 트위터 계정을 만든 아르세니 보브롭스키는 “당국이 우리를 탄압하기 시작하면 곧 풍자는 사라지고 더 이상 웃을 수 없는 상황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2년 3선에 성공해 2018년 퇴임하는 푸틴 대통령은 4선 연임이 유력하다. 3월 여론조사에서 4선 연임 찬성률이 74%에 달했다. 하지만 오랜 경기 침체에 대한 불만과 정치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작지 않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러시아#푸틴#정치풍자#인터넷#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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