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2013 올해의 인물… 류현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RYU만 보면 즐거웠네

새벽부터 눈을 비비며 TV 앞에 앉았다. 출근해서는 눈치껏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눈은 중계 화면을 향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사진)이 시차가 큰 서부와 동부를 오가며 30경기에 선발로 나설 때마다 그는 국민들의 화제가 됐다. 안타까운 날도 있었지만 기쁜 날이 더 많았다. 대결과 갈등으로 얼룩진 올해 대한민국에서 그의 호투는 즐거움이자 희망이었다. 동아일보는 그런 류현진을 201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류현진은 4월 3일(한국 시간)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팀의 앙숙인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러 패전 투수가 됐다. 아쉬움이 환성으로 바뀌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8일 피츠버그와의 안방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한 류현진은 전반기를 7승 3패에 평균자책 3.09로 마치며 잭 그링키, 조시 베킷 등 선발진의 부상으로 애를 먹은 다저스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5월 29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는 삼진 7개를 솎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다. 박찬호(은퇴)도 하지 못한 데뷔 시즌 완봉승이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4승 8패에 평균자책 3.00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시즌 최고 성적이다. 일본 출신의 다루빗슈 유(텍사스·13승)와 구로다 히로키(뉴욕 양키스·11승)보다 많고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와 같은 아시아 선수 최다승이다.   

▼ “오늘 류현진 공 끝내줬어…” 그는 진통제였다 ▼

류현진(사진)의 활약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10월 7일 애틀랜타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 나가 한국인 사상 첫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내용은 좋지 않았다. 패전은 면했지만 3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절치부심한 류현진은 8일 뒤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로 한국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 투수가 된 것이다.

인천 동산고 2학년 때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야구 인생 기로에 섰던 류현진은 2006년 프로 입단과 동시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역대 첫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 동시 석권의 주인공이 됐다. 첫해 2000만 원이었던 류현진의 연봉은 해마다 가파르게 올랐다. 2007년 1억 원을 돌파했고 4년 차인 2009년 2억 원(2억4000만 원) 벽마저 넘었다. 2012년에는 4억3000만 원을 받았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액 연봉자였지만 류현진은 더 큰 무대를 향했다. 그의 가능성을 인정한 다저스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 비용으로 2573만 달러(약 271억 원)를 한화에 줬고 류현진과는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380억 원)에 계약했다. 옵션까지 포함하면 4200만 달러(약 440억 원)까지 늘어난다. 10월 29일 귀국해 각종 행사와 자선활동 등으로 인생에서 가장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은 다음 달 초 미국으로 돌아가 2월 초부터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할 예정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류현진은 다시 마운드에 선다. 국민들은 올해 그랬듯이 류현진이 던지는 공 하나하나를 응원할 것이다. 그리고 승리하는 날이면 활짝 웃으며 얘기할 것이다. “오늘 류현진 봤어?”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류현진#동아일보#올해의인물#메이저리그#LA다저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