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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감옥에 갇힌 청소년들 “나 건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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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감옥에 갇힌 청소년들 “나 건들지 마”

주간동아입력 2013-11-29 15:57수정 2013-11-3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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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 폐해 상상 이상 심각…이대로 두면 反사회적 후유증 너무 커
‘게임중독’이 연일 매스컴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속칭 ‘게임중독법’은 게임업계와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대 측과 부모 세대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찬성 측 간 기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게임중독의 심각성은 과거에도 지적됐지만 그 피해와 양상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할 정도, 즉 환자 수준의 게임중독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수년 전부터 폭증 추세에 있다.
게임중독 환자 대부분은 학생

게임중독이란 인터넷 게임 또는 비디오 게임의 과도한 사용으로 개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상태를 말한다. 중독 상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증상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내성’이고 다른 하나는 ‘금단’이다. 내성이란 동일한 효과를 얻으려고 점점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1시간 게임하고 만족했던 사람이 점차 2시간, 3시간으로 시간을 늘려가야 비슷한 만족감을 얻는 상태다.

금단이란 그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비정상적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지칭한다. 예컨대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될 때 불안, 무기력, 주의집중력 저하, 분노, 짜증, 공격성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게임중독은 2013년 5월 미국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인터넷 게임 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로 등재됐다. 현재 ‘추가 연구 필요’로 분류된 상태다.

하지만 질병으로 등재되기 이전에도 이미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 현장에서는 게임중독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12년 3월 국내 연구진에 의해 인터넷 게임중독성이 알코올중독이나 코카인 등 마약중독과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대 의대 핵의학교실 김상은 교수가 인터넷 게임중독자의 뇌 영상촬영을 통해 게임중독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게임 과잉 혹은 중독이 뇌신경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의학적 질환’임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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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게임중독 환자는 주로 학생층에 밀집해 있다.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가정생활까지 파괴하는 다양한 학생 환자가 찾아온다. 성인 환자가 드문 이유는 실제로 환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사회적 금기나 거부감 때문일 공산이 크다. ‘주간동아’ 요청으로 실제 우리 주변에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게임폐인’ 사례를 소개한다. 이름과 사는 지역만 알려져도 엄청난 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중독 양상과 치료 실태만 보여주고자 한다.

속칭 ‘게임중독법’을 발의한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A군 14세·중학교 2학년


A군은 2주간 이유 없이 학교에 가지 않아 부모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았다. A군 본인은 절대 병원 가기를 원치 않았다고 한다. A군 부모와 본인을 면담한 결과, A군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 3~4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고, 급기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부모 성화에 못 이겨 겨우 학교에 가긴 했지만 수업시간에 졸거나 잠을 자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고 그 결과 학교를 더욱 가기 싫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A군은 초등학생 시절 비교적 성적이 우수했고 부모 말씀도 잘 듣는 소위 ‘모범생’이었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도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학교는 잘 다녔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되면서부터 갑자기 달라졌다. 부모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자기 방에 ‘왕국’을 건설해놓고 거실에도 나오지 않는 은둔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고 한다. 부모가 설득하고 크게 야단도 쳤지만, 오히려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더욱 나오지 않았으며, 부모와의 눈 맞춤이나 대화 자체도 거부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인터넷 게임을 못 하게 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해 물건을 모두 집어던지고 부모를 몸으로 밀치기까지 하는 등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병원을 찾기 한 달 전에는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쳐 문화상품권 100만 원어치를 구매한 뒤 게임에 지출했다. 다음은 필자와 A군의 면담 내용이다.

“왜 학교에 가지 않지?”

“가기 싫어요. 학교 가면 구역질나요. 그리고 마주치는 인간도 다 싫어요.”

“초등학생 때는 공부도 잘했다면서?”

“그때는 지옥이었어요. 하기 싫은 공부를 엄마 아빠가 억지로 시켰어요.”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니?”

“몰라요. 그냥 아무 생각 안 하니까 좋아요. 다른 것은 해도 재미없잖아요.”

“이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생각 안 해봤어요. 아, 게임회사에 지원할 거예요. 제가 게임을 프로그래밍(제작)할 거거든요.”

A군은 현재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학습에 대한 혐오감과 두려움을 경감시키고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해나가는 상태다. 학교에 다니긴 하지만 여전히 게임 때문에 부모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A군의 경우, 성적 저하와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심리적 괴로움을 게임으로 해소하려다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B군 15세·중학교 3학년


병원을 방문한 B군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부모에게 반항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주된 문제였다. B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고 6학년 때까지 치료받다 자의로 중단한 병력이 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점차 떨어졌고, 3학년이 돼서는 학급 인원 46명 가운데 42등을 했다. 이에 B군은 크게 낙담하고 실망해 “내 머리는 공부할 머리가 아니다”라며 자기 얼굴을 때리는 등 자해적 행동을 보였다.

B군은 이후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게임을 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만사 제쳐두고 게임을 한 건 그때부터였다. 부모가 B군의 이러한 모습을 지적하면 “나는 신경 끄고 엄마, 아빠, 동생 세 식구끼리 사세요”라고 대들었다. 여름방학부터는 아예 밤을 새워가면서 게임을 했다. 인터넷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형들과 실력을 겨룬다며 PC방에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B군은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면서 “나는 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연습하는 것”이라고 변명을 늘어놨다. 학교에 억지로 보내면 “갑갑하다”며 수업을 빼먹고 중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옆에서 매일 울며 게임을 그만하라고 호소했지만 여전히 게임에만 몰두했다. 아예 엄마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게임이 잘 안 되면 매우 예민해져서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B군은 스페셜포스, 서든 어택, 크로스파이어 같은 총 게임에 중독돼 있었다. 필자와 면담 중에도 “아, 총 다루는 법을 더 연습해야 하는데… 왜 잘 안 될까”라며 혼자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B군은 6개월간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치료에 실패했다. 부모의 간절한 노력에도 병원을 잘 방문하지 않았고, 필자와 면담 중에도 온통 게임 생각만 해 결국 자신의 문제점 인식과 중독 상태에 대한 통찰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별다른 호전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더는 병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B군은 성적 저하로 인한 우울감과 자존감 상실을 게임을 통해 보상하려다 깊은 중독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게임중독자 대부분은 자신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C씨 21세·대학생


C씨는 매사 무기력하다며 진료실을 직접 찾아왔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다. 그는 대학 1학년 1학기까지 다닌 다음 휴학했고, 그 후 2년간 게임만 하면서 생활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주로 하는 C씨는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글자에 집중이 되지 않아 책이나 신문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밤을 새워 게임을 하다 보니 낮에는 주로 잠만 잤다. 그 때문에 외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인관계가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다.

게임에 몰두해 있을 땐 엄마가 밥 먹으라는 말만 해도 화를 내는 등 게임 방해 상황에 극도로 과민한 반응을 보였다. 24시간 연속 게임을 한 적도 있다. C씨의 게임 실력은 실제로도 대단했다. 심지어 프로게이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식사를 거르고 게임을 하는 바람에 체중이 한 달 동안 5kg 이상 빠진 적도 있었다. 복학을 앞두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부모의 설득 끝에 병원을 찾아온 경우였다.

C씨는 현재 ‘인지행동치료’라는 심리치료 기법을 받으면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모든 게임 아이디를 아예 없애버렸다. 현재 게임을 완전히 끊은 상태로, 대학에도 복학해 잘 다니고 있다. 게임중독을 스스로 인정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 게임중독에서 벗어난 비결이라 할 수 있다.

D씨 24세·무직


D씨는 대학을 졸업한 다음 구직에 실패했다. 이에 프리스타일2라는 농구게임을 시작했는데, 1년째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고 있다. 중고교 시절부터 서든 어택 같은 총 게임을 즐겨 했다. 부모가 D씨를 걱정한 나머지 함께 여행을 다녀오자고 제안해도 이를 거부했고, 게임을 못 하게 하면 부모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대들었다. 다음은 필자와 D씨가 면담 중에 나눈 대화 내용이다.

“게임을 하면 뭐가 좋죠?”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뭔가 자신감도 생기고요.”

“하지만 앞으로 취직을 해야 하고 사회생활도 해야 하는데, 게임만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미래가 막막하니까 일단 게임부터 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앞일은 잊어버리게 돼요. 뭐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이에요.”

D씨는 3개월째 심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증상 개선은 매우 미미한 상태다. 성인임에도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을 방문했고, 치료시간에도 자주 빠지며, 무엇보다 자신은 중독 상태가 아닌 ‘그저 남들보다 조금 많이 게임을 하는 상태’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였다. 필자는 치료시간에 운동 등 대체적 활동을 적극 권유하지만 D씨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구직에 실패하고 특별하게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작한 게임이 결국 D씨를 중독시켰다고 할 수 있다.
개인 병리현상 아닌 사회 손실

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게임중독은 개인의 사회 적응 및 가족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아직도 게임중독을 극소수 개인의 병리현상으로 가볍게 보거나 질병이라기보다 행동문제 정도로 국한시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지에선 걱정이 앞선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경우보다 ADHD나 우울증 등 기저질환이 있으면서 게임중독이 병발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ADHD나 우울증을 앓는 소아나 청소년에게 게임중독이 발생하면 치료가 훨씬 더 어려워질뿐더러 예후도 더 나쁘다.

또한 게임중독 학생이 그 상태로 성인이 되면 만만치 않은 반사회적 후유증이 따른다는 점도 큰 문제다. 은둔형 외톨이, 반사회적 범죄, 대인기피,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회성 결여, 알코올 등 다른 물질에 의한 중독, 도박 등 다른 행위에 의한 중독 같은 것들이다. 게임중독에 이런 병리적 현상마저 더해진다면 개인은 물론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게임중독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좀 더 현명하게 해결해나가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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