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장 러시아]소치올림픽·2018 월드컵·클린에너지… 러시아에 산업韓流를 심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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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 현지진출 현장

‘향후 30∼40년간 연평균 4%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50년까지 세계 6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2003년 10월 발간한 보고서 ‘브릭스(BRICs)를 꿈꾸며: 2050년으로 가는 길’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이같이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가 이 보고서에서 처음 공식화한 브릭스라는 용어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일컫는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낼 당시 이 국가들이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바탕으로 미국, 일본 중심인 세계 경제질서를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10년이 지난 지금, 골드만삭스의 전망은 일정부분 현실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던 중국은 어느새 글로벌 기업들이 경영전략을 세울 때 빼놓아서는 안 될 막강한 소비시장으로 떠올랐다. 인도는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의 공급지로, 브라질은 중남미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도 고(高)유가 흐름 속에서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을 발판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물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는 러시아에도 위협요소로 작용했다. 러시아의 2009년 국내총생산(GDP)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년보다 7.8% 하락했다. 2010∼2012년 3∼4%의 성장세를 보이며 회복하는가 싶더니 올해 상반기(1∼6월) 다시 1.4%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정부 주도로 각종 투자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2018년 월드컵 등 굵직한 대규모 스포츠 행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풍부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 주도 경기침체 극복 나서

러시아 정부는 세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연달아 추진하고 있다. KOTRA가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3기 1주년에 맞춰 발간한 보고서 ‘러시아 국내외 정책 진단 및 전망’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기업투자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를 대신해 법정에 설 수 있는 투자 옴부즈만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또 러시아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뉴질랜드, 베트남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등 러시아 시장의 통상 규범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구매 및 입찰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법률도 제·개정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시베리아 및 극동지역 개발 사업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지역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 새로운 개발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3월 약 380조 원을 투입하는 극동 및 바이칼 지역 개발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극동 지역에 국제공항, 조선소, 복합운송터미널 등을 건설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최동석 KOTRA 시장조사실장은 “국내 기업들은 푸틴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극동개발 정책에 주목하고 이를 러시아 시장 진출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도 국내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소치 겨울올림픽, 월드컵 등을 앞두고 건축물, 도로 등 낙후된 산업 인프라를 현대화하기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쓰레기 처리, 정수 등 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산업도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 현지인에 더 가까이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러시아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현지화, 사회공헌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시장에서 6년 연속 냉장고, 전자레인지, 청소기 부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지인들의 생활 습관을 반영한 가전제품을 잇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소치 겨울올림픽 무선통신분야 공식후원사인 점을 활용해 활발한 올림픽 마케팅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마케팅의 비전을 ‘스마트 올림픽’으로 정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소개하는 한편 내년 겨울올림픽 참가 선수 전원에 ‘갤럭시노트3’를 제공해 높은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현지인들에 다가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순직 경찰 유자녀와 군인 가족 자녀, 희귀질병을 앓는 어린이 등 600여 명을 초청해 연극공연과 연말 파티를 열었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홍수로 피해를 입은 크라스노다르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비상식량지원 구호금으로 300만 루블(약 98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201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완공하는 등 현지 시장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SK그룹의 윤활유 전문기업 SK루브리컨츠는 대표 제품 ‘지크(ZIC)’를 통해 러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공인된 품질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러시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올해 판매량은 2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도 러시아 윤활유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모스크바에 사무소를 세우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달에는 체코에 기능성 플라스틱인 복합수지 공장을 세우고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지역의 판로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러시아 진출에 발맞춰 2011년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인근에 부품 생산라인을 짓고 운전석 모듈과 콘솔, 범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사출라인과 도장라인, 모듈 조립 라인에 이르는 동선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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