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의료기기 개발 넘어 인간한계 넘는 ‘아이언맨’ 비행슈트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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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공학 진로, 어떻게 되나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팔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재활로봇을 움직여보고 있다.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팔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재활로봇을 움직여보고 있다.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청소년들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분야다. 의공학은 의료 분야와 공학기술을 융합한 학문으로, 주로 의사가 의술을 펼칠 수 있는 각종 도구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한다. 이젠 대중화된 엑스레이(X-ray), 내시경,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등은 의공학 발전이 일궈낸 성과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조지타운대의 ‘교육 및 근로센터’ 보고서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의공학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대학 전공’으로 꼽힐 정도로 전망이 밝은 진로분야 중 하나다.

의공학자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의공학을 전공하면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의과대학 분관동에서 김성완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를 최근 만나 의공학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의공학자는 의사?… 대부분 공학 전공자

의공학이란 이름만 보고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일하는 분야’라고 오해하는 청소년이 적잖지만 의공학자들은 학부에서 공학계열 전공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김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의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병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엑스레이나 내시경 같은 각종 의료기기의 원천기술은 전자공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공피부와 인공장기 등도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가 중요하므로 재료공학과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의공학과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으로, 학부에서 공학계열을 전공한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 의공학 전공 교수진 7명 중 5명도 비의학과 출신. 전자공학 전공자 3명과 재료공학 전공자 1명이 포함돼 있다.

의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학과 물리, 화학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공학 분야와 밀접한 만큼 생체역학, 유체역학, 생화학, 유기화학 등 수학과 과학 분야와 관련된 교과목의 비중이 높다.

서울대 의공학과 석사과정에서는 △인체에 부작용 없는 각종 의료재료를 연구하는 ‘생체적합성 연구’ △생체에 중요한 정보를 주는 생체신호시스템의 특징에 대해 연구하는 ‘생체신호처리론’과 ‘생체시스템시뮬레이션’ △인공장기론 △생물리학 △의료정보표준의 이해와 응용 등도 배운다.

의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구사능력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쓰는 의학용어는 영어가 대부분이고 많은 의료기기가 외국제품이어서 기기 운용 매뉴얼과 소프트웨어 등이 영문으로 쓰여 있으므로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공학자… 날개 달린 내시경

의공학을 전공한 뒤에는 어떤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까. 적잖은 대학에 있는 의공학 학부과정에서는 공학과 의학 분야에 대한 기본지식을 중심으로 배운다.

학부과정을 졸업하면 의료기기의 개발보다는 주로 의료기기 회사에서 기술영업 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운용과 점검 등을 담당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운용과 점검을 담당하는 의공기사, 의료기기 업체의 전문영업사원과 연구인력,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와 의료기기의 시험평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연구원, 119 구급대의 의료기기 운용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석·박사급 의공학자가 되면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현재 의료기기 시장은 올림푸스,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기기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는 일 등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의사가 제모가 필요한 부위를 레이저 치료기를 들고 수작업으로 시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관찰해 컴퓨터가 센서를 활용해 파악한 제모 부위를 로봇 팔이 자동으로 제모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의공학 분야는 현재 의료기기나 재활의료기구 개발 등이 중심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처럼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의료기기의 개발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항법제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항공우주기업 보잉을 거쳐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차세대 우주 왕복선 개발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던 김 교수. 그가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로 온 이유는 모든 의료기기에 ‘날개’를 달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날개를 단 내시경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수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의공학은 앞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의 보행을 도와주는 재활로봇,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비행슈트 등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분야로 확대되어 갈 겁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진로 분야인 만큼 도전할 가치가 충분합니다.”(김 교수)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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