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났다… 끝장낸다! 삼성 배영수의 부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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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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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이닝 노히트노런 잘나가다 추락… 감 찾으려 딱지치고 골프공 던지기도
전 구단 상대 승리… 올해 다시 활짝, 내년 WBC 나가 맹활약하는게 목표

삼성 배영수는 올 시즌 10승, 통산 100승, 탈삼진 1000개에 각각 1승과 1개만 남겨뒀다. 그는 2007년 오른 팔꿈치 수술 이후 두 번이나 은퇴를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다시 마운드에 우뚝 섰다. 그의 혼신을 다한 역투가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아일보DB
삼성 배영수는 올 시즌 10승, 통산 100승, 탈삼진 1000개에 각각 1승과 1개만 남겨뒀다. 그는 2007년 오른 팔꿈치 수술 이후 두 번이나 은퇴를 생각했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아 다시 마운드에 우뚝 섰다. 그의 혼신을 다한 역투가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아일보DB
야구가 만만하던 때가 있었다. 시속 150km를 던지던 삼성 투수 배영수(32)는 무서울 게 없었다.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 그는 연장 10회까지 혼자 116개의 공을 던져 1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경기가 0-0으로 끝나며 승리를 챙기지 못해 ‘노히트노런’은 정식 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날의 눈부신 투구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꽃은 일찍 피었지만 시드는 것도 빨랐다. 무리한 투구에 팔꿈치가 탈이 났다. 2007년 1월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그는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승리보다는 패전이 익숙해져 버렸다.

그랬던 그가 올해 다시 꽃을 피웠다. 19일 두산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전 구단 상대 승리와 함께 시즌 9승(5패)째를 따냈다. 통산 승수와 탈삼진은 99승과 999개다. 재기에 성공한 배영수와 20일 긴 통화를 했다.

○ 배영수를 깨운 레슬링 선수

“배영수는 이제 끝났다.” “140km도 안 나오는데 무슨 투수냐.”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2008년. 기교파로 변신해 9승을 거뒀지만 그를 향한 세상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해 시즌 직후 강원 정동진을 홀로 방황하며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대구로 돌아오기 전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마음을 돌렸다. 그를 알아본 식당 주인의 “삼성 팬입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하지만 이듬해 1승 12패의 최악을 성적을 거둔 후 다시 은퇴를 생각했다.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이민 갈 생각까지 했는데 팔꿈치 치료차 머물렀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의 한 달이 그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배영수는 “레슬링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오전 6시부터 밤늦게까지 정말 죽도록 훈련하더라. 내가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살아 왔는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야구와 부딪쳐 보기로 했다.

○ 딱지치기와 올 누드 피칭

투수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감(感)’이 있다. 배영수도 한창 좋았던 2000년대 중반의 감을 찾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다. 대표적인 게 딱지치기다. 투구 폼과 유사하게 딱지를 치면서 예전의 감을 찾고자 했다. 혼자 방안에서 벌거벗은 채 투구 훈련을 하기도 했다. 큰 공을 던지다가 작은 공을 던지면 좋을 것 같다는 말에 핸드볼 공을 던지기도 했고, 골프공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어떤 훈련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기보다는 절실함이 통했던 거 같다. 스피드가 좋아지면서 자신감도 살아났다”고 했다. 3년 전 시속 140km도 안 나오던 그의 직구 스피드는 요즘 140km 중후반까지 나온다.

○ “쉬운 건 없다, 공짜도 없다”


요즘 그는 새로운 목표를 하나 정했다. 내년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2006년 제1회 WBC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30년 망언’으로 공분을 샀던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의 엉덩이를 맞힌 게 유일한 활약이라면 활약이었다.

배영수는 “좋은 팀의 일원으로 또 한 번 좋은 활약을 보이는 게 남은 야구 인생의 꿈”이라고 했다. 이어 “야구는 정말 알수록 힘들다. 그 쉬워 보이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는 것도 어떨 때는 정말 어렵지 않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고 공짜도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살려 마음껏 마운드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프로야구#삼성 라이온즈#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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