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콘퍼런스 “호모 헌드레드 시대, 이제 퇴직은 인생의 중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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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8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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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열린 ‘100세 시대 종합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영 행정대학원 교수, 유복환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하종대 동아일보 사회부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8일 열린 ‘100세 시대 종합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영 행정대학원 교수, 유복환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김병섭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하종대 동아일보 사회부장.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퇴직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중간이다. 80세가 기준이던 생애주기를 이제는 100세에 맞추고, 개인과 사회의 전 분야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정부 11개 부처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8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0세 시대 종합 콘퍼런스’를 열고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연금, 복지, 보건, 국가재정, 교육, 취업, 정년제도, 인생플랜 등 사회 전반의 제도와 시스템이 그간 80세까지 사는 것을 전제로 짜여 있었지만 이제는 100세를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수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날 ‘뉴 노멀(New Normal)’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100세 시대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세 시대의 대비는 고령화와 복지정책이란 구도를 넘어서 가족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에는 결혼과 가족 개념이 약화되고, 노인공동체와 같은 자생적인 공동체 가정이 생겨나는 등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유엔은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에서 2020년에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국가가 31개국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호모 헌드레드 시대’로 정의했다”며 “100세 시대는 고령자 집단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인류학적 패러다임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고령층의 복지 부담을 취업자와 은퇴자가 공동 부담하고, 교육도 평생교육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소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도 “100세 생애 주기를 고려해 최소한 60∼65세까지는 은퇴하지 않고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퇴직이 인생의 끝이 아니라 중간이 된다”며 “사회적 측면에서 고령자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고령자의 사회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명수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저출산 고령화시대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청년층,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지속되면 경제활동인구가 2030년 2604만 명으로 줄어들고, 2018년부터 노동력 증가율은 1% 이하로 낮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20∼29세의 청년층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2010년 54.5%로 덴마크(76.1%) 등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현실을 고려해 대학 학자금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영유아를 둔 가정이 자녀의 대학 학자금 마련을 위해 10년 이상 저축 또는 투자한 금액에 대해 연간 360만 원까지 미리 소득공제를 해주자는 것이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세제혜택 등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인출과 사용처를 제한해 장기적으로 자산이 축적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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