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접시꽃 당신’ 출간 25년 맞은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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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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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 사랑을 깊고 길게 봤으면 오후 5시의 삶이나 남은 시간 감사”

《“‘접시꽃 당신’이 사랑받는 이유는 작품의 진정성도 있겠지만 죽음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공감할 수 있게 다룬 까닭인 것 같습니다. 세대를 넘어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합니다.” 도종환 시인(57)의 밀리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이 출간 25주년을 맞았다.》

시집 ‘접시꽃 당신’의 출간 25주년을 맞은 도종환 시인은 이달 말 열 번째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낸다. 그는 “제 인생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오후 5시경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시집 ‘접시꽃 당신’의 출간 25주년을 맞은 도종환 시인은 이달 말 열 번째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낸다. 그는 “제 인생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오후 5시경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1986년 발표된 ‘접시꽃 당신’은 1996년 100만 부를 돌파했고 이후 매년 5000부 넘게 판매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달엔 25주년 기념 한정판 3000부도 나왔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중략)

옥수숫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시 ‘접시꽃 당신’에서)


시인은 병으로 잃은 아내를 추억하며 시집을 냈다. 시인의 사연은 많은 이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시집은 박철수 감독의 동명 영화로 만들어졌다. ‘접시꽃 당신’은 지고지순한 사랑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시인에게서 조심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뭐든지 깊이 있게 그리고 길게 봐라봤으면 좋겠어요.”

도 시인은 최근 에세이집 ‘도종환의 삶 이야기’와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냈다.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1998년)와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2000년)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판을 내면 (마치 신간이 나온 것처럼) 독자들을 속이는 것 같다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시기하고는 좀 안 맞는 얘기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은 뺐고 전체적으로 문맥들도 다듬어 새로 냈습니다.”

올해 등단 28년째인 시인은 이달 말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창비)를 선보인다. 1985년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이후 꼭 열 번째 시집이다.

“어느 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하루 시간으로 바꾸면 어디쯤일까’를 생각했어요.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오후 5시경 와 있는 것 같았죠. 이제 곧 저물 일만 남았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에 감사해야죠.”

그의 시는 여전히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찾는다.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 시에서 한 시 사이도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중략)

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중략)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서)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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