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19>君子는 名之인댄 必可言也이며 言之…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7분


‘논어’ ‘子路(자로)’편에서 공자는 子路에게 名과 言, 言과 事(사), 事와 禮樂(예악), 禮樂과 刑罰(형벌)의 관계를 연쇄적으로 설명하여 正名의 사회기능상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君子라면 명분에 맞는 발언을 하고 그 발언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경계하고, 君子는 말이 구차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名之의 之는 어조를 고르는 기능을 한다. 아래도 같다. 必可言은 사물에 붙인 올바른 이름에 부합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고, 必可行은 명분에 맞는 말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無所苟는 구차스럽게 하는 바가 없다는 말이다. 而已矣는 종결사를 셋 겹쳐서 어조를 강화했다.

공자의 正名 사상은 衛(위)나라의 왕위 계승 문제를 염두에 둔 것이되, 군신 관계와 부자 관계의 문제로 일반화할 수 있다. 유학자들은 이 논리를 지방 지배의 원리로까지 확장했다. 漢(한)나라의 董仲舒(동중서)는 對策(대책)에서 ‘백관을 바르게 하여 사방을 바르게 하자 음양이 조화해서 풍우가 제때에 내리며 모든 생명체가 화합하고 만물이 자라난다’고 했다. 成大中(성대중)이 지적했듯이 曹操(조조)도 정명 사상을 두려워했다. 그가 漢(한)나라를 찬탈하지 못한 것은 孔融(공융)을 두려워해서라고 하지만, 劉備(유비)가 공융의 부음을 듣고 ‘조조가 왕위에 오르겠군’ 했을 때, 제갈공명은 ‘그자는 평생 찬탈하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정명 사상은 오늘날 역할론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이 시대는 구차한 말이 넘쳐 나는 듯하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