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8>경사지형 아파트
더보기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8>경사지형 아파트

입력 2007-12-12 03:01수정 2009-09-26 01:0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에스컬레이터 타고 산동네의 낭만속으로…

도심의 높은 곳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산 위에 아파트가 성벽같이 둘러싸인 풍경을 보게 된다. 이를 흔히 병풍 아파트라고 부른다. 산이나 강 등 주변의 경관을 병풍처럼 가리는 고층 아파트를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 사회에선 지금도 지대가 높은 곳의 저층 주거단지를 아파트로 재개발하려는 꿈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 꿈의 결과로 나타난 병풍 아파트 단지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파른 지형에 지은 현재의 아파트 단지들은 경사지형을 유지하지 않고 경사지형을 깎아서 조성한 것이 대부분이다. 산을 깎아낸 뒤 병풍처럼 산을 가로막아 자연 환경을 훼손하고 자연 환경과 아파트 주거공간을 단절시켜 놓았다. 아파트 단지 주변을 벽으로 둘러쳐 주변의 길들과 주거 공간을 분리해 버렸다.

이 글에선 기존의 경사지형 아파트 단지의 문제점을 개선해 좀 더 인간적이고 환경친화적이며 효율적인 경사지형 아파트 단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 산비탈 깎아 내지 않고 산길도 보존

지형이 가파른 산 중턱에 세우는 아파트 단지의 시나리오는 도시계획적인 접근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에 맞게 개별 아파트 건물을 배치해야 한다.

이는 하나의 아파트 단지와 다른 아파트 단지 사이에 담을 쌓아 서로 단절된 형태가 아니라 도시의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공유하는 열린 단지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아파트는 길고 높다란 지형을 그대로 살려 산과 바로 맞닿은 환경친화적인 아파트다. 그 경사지의 공간이 비록 열악하다고 해도 산등성이를 끼고 층층이 놓여 있는 건물들과 함께 골목길도 형성하고 그 주변의 삶을 담아낼 수 있는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지하철역이 있고 시내버스가 다니는 주 도로 쪽 아파트는 고층 타워형으로 하고 경사지형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점차 저층으로 만든다. 산의 경관을 가리지 않기 위함이다.

이 아파트 건물들 사이로 보행자 동선을 만들되 기존에 나있는 길들을 최대한 살리도록 한다. 이 보행로는 산기슭 자연의 경계까지 이어져 녹지 통로(green network)이자 문화 통로가 된다.

○ 생동감 넘치는 야외 에스컬레이터

경사 지형이기에 보행로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개념의 보행로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파트 건물 사이에 산으로 향하는 보행자 전용로를 놓고 그 중간 중간 보행로를 가로지르는 차도를 만든다.

산 중턱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로 접근할 경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주로 자동차를 이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출퇴근 시 교통 혼잡이 야기된다. 이런 혼잡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보행자 전용로에 야외 공공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

아파트 건물 외부에 설치되는 에스컬레이터는 계단으로 이뤄진 보행로와 함께 꼭 필요한 요소다. 이러한 모습은 경사지형 아파트의 모습을 다양하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사람들이 모이게 하고 다양한 행위를 만들어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바뀌게 한다.

이러한 야외 에스컬레이터의 대표적인 예로는 홍콩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Chungking Express)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홍콩의 미드 레벨(mid-level)의 에스컬레이터를 들 수 있다.

1994년 완공된 이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는 800m로, 모두 135m의 높이를 올라간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하루에 5만5000명 정도가 이용하는 홍콩의 대표적 명물이 되었고 그 주변을 재생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저층부 개방… 공동 공간으로

경사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아파트 건물을 배치하되 저층부와 고층부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아래쪽 저층부는 개방해 테라스와 같은 공간을 길에 붙여 배치한다. 여기에 소규모의 포켓정원도 함께 만들어 다양하고 실용적인 외부 공간을 형성한다.

그리고 고층부는 타워형으로 주거 공간을 배치한다.

저층부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공동의 공간이다. 그곳은 열려 있기에 흔히 달동네(경사지에 있는 기존의 다세대 주택지역)에서 볼 수 있는 길들을 만나게 되고 이 길과 어우러진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상점 밖으로 삐져나온 평상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평상 옆에 놓인 화분을 감상할 수도 있다.

달동네의 추억이 가능한 아파트 동네, 세월의 흔적과 인간미가 전해오는 아파트 동네가 생성되는 것이다.

신혜원 건축가 lokaldesign 대표

:필자 약력:

△연세대 건축과 졸업 △영국 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ure 졸업 △2006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출품 △Asia Pacific Interior Design Award 수상 △Europan 5 Competition Geesthacht 1등 수상 △건축 작품: 한강 르네상스 지하통로 디자인(서울), 유엔빌리지 빌라(서울), Seaview 주택(홍콩) △현재 건축사무소 lokaldesign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 본보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필자 명단:

① 서현 (한양대 교수) ② 장윤규 (국민대 교수) ③ 정욱주 (서울대 교수) ④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⑤ 장순각 (한양대 교수) ⑥ 김승회 (서울대 교수) ⑦ 김광수 (이화여대 교수) ⑧ 신혜원 (lokaldesign 대표) ⑨ 최욱 (스튜디오 ONE O ONE 대표) ⑩ 최문규 (연세대 교수)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1〉 마당, 아파트로 들어오다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2〉S라인,댄싱 아파트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3〉1층의 혁명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4〉한옥 아파트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5〉 맞춤형 아파트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6> 나의 두 번째 아파트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 <7> 2030년 미래 아파트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