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美풍당당 한국의 멋’ 화장품-패션

  • 입력 2006년 3월 31일 0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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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패션 생활용품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유명 업체들과 겨루며 실력을 키워 왔다. 국내 시장을 지킨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제일모직 빈폴 ①, 애경의 할인점 생활용품 매장 ②, 태평양 라네즈 중국 상하이 매장 ③, LG생활건강 고급 화장품 오휘 ④. 사진 제공 각 회사
국내 화장품·패션 생활용품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유명 업체들과 겨루며 실력을 키워 왔다. 국내 시장을 지킨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제일모직 빈폴 ①, 애경의 할인점 생활용품 매장 ②, 태평양 라네즈 중국 상하이 매장 ③, LG생활건강 고급 화장품 오휘 ④. 사진 제공 각 회사
《‘한국의 멋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 한다.’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처럼 까다로운 시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소비자들은 대체로 미(美)에 대한 안목이 높은 데다 품질을 확인하고 구매할 만큼 까다롭다는 것이다. 감성과 이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비로소 ‘오케이(OK)’ 사인을 보낸다는 얘기다. 이런 소비자에게 제품을 팔아 온 국내 화장품 생활용품 업체들의 경쟁력은 어떨까. 태평양 애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유명 업체들과 당당히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 왔다.》

○ 국내 시장은 우리가 지킨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업체 P&G는 고농축 주방세제 ‘조이’로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지만 한국에서는 현지 업체의 벽에 부딪혀 점유율 확대에 실패했다.

애경과 LG생활건강이 조이의 한국 진출 수개월 전에 각각 ‘순샘 한방울’, ‘자연퐁 싹’을 재빨리 내놓아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애경은 프리미엄 샴푸시장에서도 P&G의 ‘팬틴’에 ‘케라시스’로 맞서 선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업체 로레알, 에스티로더 그룹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리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태평양 때문이다.

태평양은 중저가(中低價) 시장뿐 아니라 백화점 등 고가(高價) 시장에서도 한방 화장품 ‘설화수’로 에스티로더, 샤넬 등 유명 브랜드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설화수는 지난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 연간 매출 4000억 원을 돌파했다. 화장품 시장 2위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부문 전체 매출(3000여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 세계시장에서 ‘정면 대결’ 벌인다

내수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겨루면서 자신감을 얻은 국내 소비재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태평양은 중국 프랑스 미주 지역을 3대축으로 해 2015년까지 해외 매출 12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라네즈’, 프랑스에서는 ‘롤리타 렘피카’, 미주 지역에서는 ‘아모레 퍼시픽’ 브랜드로 공략하는 등 지역별 특화전략을 통해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아모레 퍼시픽’은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 ‘니만마커스’등 10여 곳에 매장을 냈다. 지난해 영화 ‘알피’, ‘카사노바’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시에나 밀러가 아모레 퍼시픽에서 쇼핑을 하고 나오는 장면이 파파라치에게 잡혀 화제가 됐다.

올해로 중국 시장 진출 11년을 맞은 LG생활건강은 고급화 공세의 고삐를 더 죄기로 했다. 최근 중국 여성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고급 브랜드를 찾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휘’, ‘후’ 등 고급 브랜드로 중국상류층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더페이스샵, 미샤 등 저가(低價) 화장품 업체들도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 우리 옷을 세계에 알린다

패션업체도 앞 다퉈 세계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의 멋을 알리고 있다.

제일모직의 캐주얼 브랜드 ‘빈폴’은 탤런트 다니엘 헤니와 할리우드 스타 귀네스 팰트로를 앞세워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上海)의 고급 백화점에 매장을 열고 현지에서 패션쇼를 개최해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빈폴은 중국 매장 오픈 후 2달 만에 백화점 캐주얼 브랜드 매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제일모직은 디자인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3년 7월 패션 선진국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신원은 2004년 여성복 브랜드 ‘씨(SI)’와 ‘베스띠벨리’로 중국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현재 중국 내 매장만 28개, 올해 목표는 50여 개다. 신원은 “매장당 월평균 매출이 약 4000만∼5000만 원으로 중국의 소득 수준과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태평양의 국내외 매출 현황 (자료: 태평양)
2003200420052006년(추정치)
국내(억 원)1조11981조10531조17191조2770
해외(달러) 8000만1억1억2000만1억7000만

▼태평양 서경배 사장…메가 브랜드로 세계 10대 화장품社 목표▼

“10개의 메가 브랜드를 육성해 세계 10대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서경배(사진) 태평양 사장은 창립 70주년이 되는 2015년까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 낸 제품력이면 해외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것.

현재 태평양은 중국 프랑스 미주 지역을 3대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0%인 1억2000만 달러(약 1200억 원)를 이들 지역에서 거둬 들였다.

또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통해 2007년에 2억5000만 달러(약 2500억 원), 2015년 12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의 해외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 사장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시장에서 태평양의 입지를 굳혀야 한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프랑스 시장에서의 ‘정면 승부’도 물러설 수 없다. 고가(高價) 브랜드 ‘아모레 퍼시픽’은 미주 지역 중심으로 태평양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애경 안용찬 사장…생활용품 하면 ‘애경’ 생각나게 만들겠다▼

“시장에서 3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안용찬(사진) 애경 사장은 1, 2위를 다투는 ‘1위권 브랜드’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장수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경쟁이 치열한 생활용품 부문에서 1, 2등을 제외한 3등 이하 제품은 소비자의 마음에서 쉽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애경은 세탁세제 ‘스파크’와 ‘퍼펙트’, 주방세제 ‘트리오’와 ‘순샘’, 치약 ‘2080’, 프리미엄 샴푸 ‘케라시스’ 등을 장수 브랜드로 키우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13년 만에 다시 진출한 섬유유연제 ‘아이린’에도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규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신규 아이템 개발, 전략적 제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애경은 최근 건전지 및 면도기 업체 에너자이저코리아와 전략적 제휴를 하고 ‘쉬크 면도기’ 유통 판매를 맡았다.

애경의 생활용품 영업망을 활용하면 추가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더라도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0년 목표는 매출 1조 원, 경상이익률 10%대의 우량기업으로 키우는 것.

안 사장은 “잘할 수 있는 곳에 집중해 ‘생활용품 전문기업’으로 인정받겠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소비자 마케팅 회사로 키워서 시장 선도▼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

차석용(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은 회사를 단순 제조업체가 아닌 ‘소비자 마케팅 회사’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마케팅이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2010년에 2005년 대비 2배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선택과 집중’,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작년 매출은 9678억 원.

지난해 수익성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제품 구조조정을 한 결과 2004년 30%에 그쳤던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 비중이 이듬해에는 45%까지 높아졌다. 앞으로 이 비중을 70%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생활용품 부문에서는 ‘럭키스타치약’, ‘리엔샴푸’, ‘토디앙 기저귀’ 등 차별화된 신제품에, 화장품 부문에서는 고급 브랜드 ‘오휘’, ‘후’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해외사업도 국내의 영업 지원과 마케팅 지원이 가능한 지역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현지 생산시설이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베트남이 주요 공략 시장이 될 전망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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