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뉴욕타임스, 뉴미디어시대 성공 비결은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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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서쪽에 있는 뉴욕타임스 사옥. 동아일보 자료 사진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서쪽에 있는 뉴욕타임스 사옥. 동아일보 자료 사진
뉴욕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

지난해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 뉴욕타임스 회장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던 그는 현재 파키스탄에 있다. 최근 강제 성매매 등 파키스탄 여성의 비참한 삶을 칼럼으로 다뤄 큰 반향을 일으킨 그는 신문, 인터넷, 비디오를 결합하는 ‘멀티 취재보도’의 기수다.

아프리카, 이라크 등 뉴스의 초점이 되는 국가들을 현장 취재하면서 신문에는 칼럼을 쓰고 인터넷에는 현장 사진과 비디오 영상물을 띄워 놓는다. 그리고 온라인상에서 독자들과 칼럼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영상물을 통해 강제 성매매의 희생양이 된 어린 소녀들과 성매매를 강요하는 포주의 모습은 물론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전해지면 훨씬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멀티미디어는 젊은 층을 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시대. 벌써부터 신문에 ‘조종(弔鐘)’을 울리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 같은 경고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속보 경쟁으로만 따지자면 신문이 인터넷을 상대하기가 버겁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기존 종이 신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일찌감치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1080만 명.’

인터넷으로 뉴욕타임스를 보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한 독자 수다.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콘텐츠를 보기 위해서는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이처럼 온라인 미디어 시장에서 뉴욕타임스의 성공은 숫자로 뒷받침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타임스 실렉트(Times Select)’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칼럼을 비롯한 일부 콘텐츠와 기사 검색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1년에 39.95달러(약 4만 원)씩 받고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종이 신문 독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한다.

해외의 인터넷 접속자를 포함한 순수 인터넷 독자가 주 공략 대상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중 상당수가 ‘타임스 실렉트’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벌써 유료 독자가 17만 명을 돌파했다.

온라인에서 이 같은 성공은 결국 종이 신문의 영향력과 콘텐츠의 경쟁력에서 비롯된다.

사례 하나.

한국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경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기 한 달 전인 올해 1월 뉴욕의 유엔본부를 방문했다. 당시 30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유엔 출입기자가 반 장관을 붙잡고 유엔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을 물었지만 그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 장관은 방문 기간 중에 따로 짬을 내서 맨해튼 43번가에 있는 뉴욕타임스 본사를 방문했다. 그는 여기에서 공식 발표 전까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다음 달 출마선언을 하겠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 반 장관뿐만 아니다.

전 세계 정치인과 경제계 인사들은 뉴욕에 오면 대개 뉴욕타임스 편집국에 들러 ‘백그라운드브리핑’(곧바로 보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언론사 측에 진행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을 한다. 세계 유수의 신문 뉴욕타임스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

다.

뉴욕타임스는 종이 신문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30일자 1면(왼쪽)과 이 신문의 ‘멀티 취재보도’의 기수로 꼽히는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씨 사진이 실린 인터넷 화면.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의 영향력은 정치나 외교 등 ‘하드 뉴스’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문화의 허브인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문화면 기사의 수준과 영향력도 이에 못지않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한국계 화가는 “몇 년 전 뉴욕타임스 문화면에 조그맣게 기사가 나간 적이 있는데 다음 날 화랑에 걸려 오는 전화로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부수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주중 판은 112만6190부, 주말 판은 168만2644부. 적지 않은 부수다. 그렇지만 USA투데이의 222만 부에 비하면 훨씬 적다. 하지만 USA투데이가 뉴욕타임스보다 영향력이 큰 신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가 미국에서 정상의 위치를 지키는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1200여 명의 기자로 구성된 편집국이 생산하고 있는 콘텐츠의 질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퓰리처상을 지금까지 91차례나 수상했다. 2002년 한 해에만 무려 7개의 퓰리처상을 휩쓸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경영진은 좋은 지면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편집국 예산만 매년 3억 달러(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초 뉴욕타임스에 관한 특집 기사를 싣고 “시장에 공개된 다른 신문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뉴욕타임스만은 오히려 단기적인 수익률보다는 신문의 질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뉴욕타임스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 수입인 광고 매출의 성장세가 부진하다. 발행 부수도 몇 년째 정체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주가가 25달러 안팎으로 떨어져 2002년 잘나가던 시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정확성, 균형성, 객관성 등 전통 언론의 덕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있어 뉴욕타임스의 미래는 밝다는 분석이 여전히 많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전통적 언론가치와 새기술 어떻게 조화하느냐가 핵심”▼

아서 설즈버거 주니어(54·사진) 뉴욕타임스 회장은 1992년 아버지에 이어 뉴욕타임스 경영을 맡은 오너 집안 4세 정치인이다.

그는 조용한 외모와는 달리 공격적인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는 경영을 맡은 뒤 새로운 섹션을 대거 도입하는 등 뉴욕타임스에 혁명적인 변화를 주도했다. 또 인터넷을 어느 신문보다도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설즈버거 회장은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적인 언론의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 텔레비전, 인터넷사이트 등 여러 매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뉴스를 전달하게 될 때 결국 언론 산업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뉴욕타임스도 인터넷 홈페이지(nytimes.com)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지난해에는 온라인 정보제공 업체인 어바우트닷컴(About.com)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설즈버그 회장은 또 뉴욕타임스의 편집 방향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무엇보다 뉴스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큰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사설이나 오피니언 페이지에서는 독자들에게 어떤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뉴욕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뉴욕은 우리 신문 이름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며 “뉴욕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깊이, 그리고 폭넓게 취재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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