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월계관의 진실

  • 입력 2004년 8월 1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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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번째 금메달 주자 이원희 선수의 머리에 씌워진 관은 무슨 나무로 만든 관일까요?”

KBS 2FM ‘황정민의 FM대행진’(매일 오전 7:00)이 17일 방송에서 청취자들에게 낸 문제다.

청취자들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답을 받은 뒤 제작진이 발표한 답은 ‘월계수 나무.’ 그러나 정답은 월계수가 아니라 올리브 나무였다.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오는 오답 지적을 보고 뒤늦게 알게 된 ‘황정민의 FM 대행진’ 제작진은 19일 “정답이 잘못됐으며 ‘올리브 나무’로 답을 보낸 청취자 중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럼 108년 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는 우승자들에게 무슨 나무로 만든 관이 씌워졌을까.

역시 올리브 나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4대 국민축제가 있었는데 가장 성대한 축전인 올림피아 경기에서의 우승자에게는 올리브 생나무 가지로 엮은 관을 씌웠고 올림피아에 버금가는 피티아의 우승자에게는 월계관을 씌워주었다. 아테네올림픽은 올림피아 경기를 계승했기 때문에 관도 올리브 나무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올리브관’이 아닌 ‘월계관’으로 알려진 것일까.

월계수가 갖는 유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에서 월계수는 아폴로신에 바쳐지는 나무로, 월계수관은 승자나 영웅 및 천재의 머리에 씌워주는 영광의 관이었다. 이에 따라 월계관은 이후 영웅이나 시인의 영관(榮冠)으로 사용되었으며 일반적으로 가장 뛰어난 사람을 찬양하는 추상적 표현으로도 사용됐다.

결국 올림픽 우승자에게 주어진 월계관은 관의 재료를 가리키는 ‘물질적’의미가 아닌 추상적 의미로 사용된 것.

따라서 1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올림픽에서는 개최국 생태계에 따라 우승자에게 주는 관의 나무가 달라졌다. 여기에는 올리브 나무가 지중해 부근에서만 자라는 것도 원인이 됐다. 고(故)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에서 받아 현재 서울 손기정공원에 심어진 월계수 화분이 월계수가 아닌 대왕 참나무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관 대신 꽃다발이 주어졌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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