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의 에로티시즘]남자는 섹스를 여자는 사랑을…

  • 입력 2002년 5월 23일 15시 27분


하트 모양의 위아래를 바꿔서 동상이몽에 빠진 두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게 드러냈다.
하트 모양의 위아래를 바꿔서 동상이몽에 빠진
두 남녀의 심리를 코믹하게 드러냈다.
한 남자가 여자를 두들겨 팬다. 한 순간의 광기의 바람이 잦아들었을 때 남자는 섹스를 요구하고 여자는 짐승 같은 남자에게 몸을 허락한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아이러니다. 그 순간에 남자는 어떻게 섹스를 생각하게 되는 걸까? 그렇게 당하고도 여자는 어떻게 섹스에 응하게 되는 것일까?

남자는 여자의 몸에 자신을 밀어 넣어 그녀의 존재 안에서 ‘그래도 넌 내 거야!’를 외치며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시키고자 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자기가 아니면 누가 구원 하겠느냐는 조건 없는 모성애에 휩싸인다. 범죄자 술꾼 폭력배와 같은 문제 많은 남자들의 곁에도 늘 여자가 끊이지 않는 것은 바로 어린 양을 구원하겠다는 상상의 마리아가 여성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남자와 여자의 섹스에 대한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예다.

남자에게 섹스는 강박이다. 중력을 거부하며 힘차게 발기한 남성의 심벌은 뻗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 한다. 남자에게 그 뻗치는 힘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누어 주어야 할 그 무엇으로 생각된다.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테스토스테론을 마치 자선 사업 하듯 여러 여자에게 나누어준다. 남자에게 섹스란 하나의 행위일 뿐이다. 수직으로 상승하다 수직으로 곤두박질치는 섹스 에너지 만큼이나 단순하다.

여자에게 섹스는 선택이다. 로맨스의 한 부분일 뿐이다. 여성의 심벌은 은밀하다. 남성처럼 성적 흥분 상태가 눈으로 측정되지도 않는다. 여자에게 섹스는 복잡하고 미묘한 마인드 게임이다. 중뿔 난 짐승 같은 남성을 받아들이는 여성은 마치 꿈꾸는 식물 같다. 그 폭발적 에너지를 부드럽게 끌어안는 여성의 힘은 무얼까?

‘남자는 섹스를, 여자는 로맨스를 원한다.’ 바로 그 사실을 촌철살인의 한 컷으로 보여 준 광고가 있다.

에콰도르에서 제작된 돌체앤드가바나(D&G) 진 광고를 보자. 사랑하는 남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두 남녀는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여자는 하트로 대변되는 달콤한 사랑을, 남자는 거꾸로 된 하트가 형상화한 여성의 엉덩이, 즉 섹스를 생각하고 있다. 여자는 달콤한 밀어를 나누면서 몸과 정신과 영혼이 하나 되는 순간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수순으로 여자를 공략할 것인가를 머리 속에 굴리고 있을 것이다.

하트 모양의 위 아래만을 바꿈으로써 남녀의 성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기호화한 아이디어가 걸출하다. 여성의 엉덩이 윤곽을 그대로 드러낸 돌체앤드가바나의 붉은 색 진의 형태는 그 여성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것과 정반대인, 맹목적 섹스머신의 머리 속을 차지하고 있는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당신이 상상하는 로맨스는 착각이라는 듯….

섹스는 남녀를 하나 되게 하는 교합 코드다. 그러나 항상 남성이 군림하는 형태로 각인된 섹스 이미지는 남성을 주체로, 여성을 대상화된 존재로 드러냈다. 실제로 그럴까? 확실한 것은 남자든 여자든 성적 체험의 장소는 여자의 몸 안이라는 점이다. 그 몸 안에서 오로지 섹스만을 생각하는 수컷을 암컷은 포옹하면서 포용한다. 섹스의 순간 여자는 이처럼 남자의 육체와 정신을 함께 감싸 안는다. 어디 남자뿐이랴. 알베르 카뮈의 소설 ‘간부(姦婦)’에 나오는 쟈닌, 그녀는 높은 망루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벌리고 우주와 정을 통하며 우주를 품에 넣지 않던가!

김홍탁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